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아 '일 트로바토레'를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와 함께 베르디의 3대 걸작으로 꼽힌다. '일 트로바토레'는 음유시인이라는 뜻이다.
극중 집시 여인, 아주체나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귀족에게 복수하려다 실수로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만다. 이후 제대로 된 복수를 꿈꾸며 귀족의 둘째 아들을 납치한 뒤 만리코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아들처럼 키운다.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만리코는 자신의 친형인 루나 백작과 레오노라라는 여자를 두고 경쟁하게 되면서 복수와 사랑으로 뒤얽히게 되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원작의 배경인 15세기 초 스페인을 두 범죄조직에 의해 점령된 현대의 미국으로 옮겨 온다. 만리코의 조직을 이민자의 조직으로, 루나 백작의 조직을 백인 우월주의 집단으로 설정하고 인종차별과 폭력 등 오늘날의 사회문제를 작품에 녹여내 동시대성을 보여준다.
만리코는 후드에 청바지, 루나 백작은 제복을 연상시키는 가죽자켓을 입어 두 형제의 대비를 극대화시킨다. 미국의 할렘가처럼 꾸민 무대는 그래피티를 활용해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풍긴다.
아리아부터 합창까지 베르디의 음악 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레오노라가 만리코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노래하는 '고요한 밤이었지', 하이 C로 복수의 비장함과 전율을 느끼게 하는 만리코의 '저 타오르는 불꽃을 보라', '대장간의 합창'으로 잘 알려진 '보라! 끝없는 밤의 장막을' 등을 들려준다.
국내외 정상급 성악가들이 뭉쳤다. 루나 백작 역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베를린 도이체 오퍼 극장 주역 가수로 활동한 바리톤 이동환과 바리톤 강주원이 맡는다. 레오노라 역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소프라노 서선영과 신예 소프라노 에카테리나 산니코바가 연기한다. 만리코 역은 오스트리아 빈 폴크스오퍼의 간판스타로 활약한 테너 국윤종과 테너 이범주가, 아주체나 역은 메조소프라노 김지선과 양송미가 캐스팅됐다.
잔카를로 델 모나코가 연출하고 신예 마에스트로 레오나르도 시니가 지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