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상반기 종합베스트셀러. 교보문고 캡처 2023년 상반기 베스트셀러는 자기계발서 '세이노의 가르침'이었다.
12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상반기 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에 따르면 '세이노의 가르침'은 지난 3월 초 출간 이후 15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놓치지 않았다. 2016년 승려 혜민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이후 7년 만이다.
예스24에서도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세이노의 가르침'은 필명 세이노(Say No)로 활동하는 저자가 부와 성공, 삶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쓴 칼럼들을 모은 책이다.
출판업계에서도 '세이노의 가르침'의 인기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72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의 정가는 7200원으로 요즘 책값의 절반 수준인데다 전자책(PDF 포함)은 무료로 자유롭게 다운로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여태까지 출판 마케팅의 통념을 깨부수며 출판계에 여러가지 화두를 던졌다"며 "이해하기 힘든 가격정책과 전통적인 마케팅 셈법에서 벗어난 듯한 판매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자책은 무료 공개가 됐음에도 종이책 판매와 무료 전자책 다운로드 비중이 64.8%대 35.2%로, 종이책 판매가 2배 가까이 높았다. 전자책 집계를 제외하고도 2위와 큰 격차를 벌리며 상반기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자기계발서의 인기는 역주행 차트에서도 드러난다. 더군다나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의 추천이나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되는 책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게리 켈러의 '원씽'은 출간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 가장 주목을 받았다. 최진영의 소설 '구의 증명'은 2015년 출간됐지만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9위에 오르며 판매량이 급증했다. 작년 동기 대비 3.3배 늘었다.
디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력', 피터 나바로의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황농문의 '몰입' 등이 유튜브 추천에 포함되며 판매량이 증가한 사례다. 유력인사나 연예인 못지 않게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출판시장에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출판업계는 경제 불황으로 자기계발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경제경영 분야는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하락했다. 2020년에 90.7%, 2021년에는 23.6%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던 해당 분야 도서는 지난해 13.7% 하락에 이어 올해 상반기 16.7% 하락을 면치 못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독자들의 관심 또한 재테크에서 자기계발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며 "재테크 시장이 어려워지며 시간관리, 처세, 공부법, 비즈니스 스킬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자기계발 영역에서 성공요인을 찾아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보문고 캡처 올해 서점가의 또 다른 화두는 '일본 콘텐츠'(J-Contents)다. 올해 초 영화 개봉작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의 흥행은 원작 만화·소설의 인기로 이어졌다.
원작 소설 '스즈메의 문단속'은 종합 5위에, 만화 '슬램덩크 리소스'는 종합 27위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일본 콘텐츠의 인기로 일본소설이 4작품이 외국 소설 베스트셀러 상위 5위를 휩쓸었다. 일본소설은 전년 동기대비 25.4%, 만화 분야는 14.6% 신장률을 보였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여행서에 관심이 다시 몰리고 있다. 작년 동기 대비 64.6% 증가하며 판매량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교보문고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역설적으로 특수를 맞았던 도서 시장은 일상 회복이 진행되면서 다시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영업점 방문 고객도 늘며 오프라인 구매 비중(41.8%)보다 증가세를 보였고 코로나19 기간 인기를 얻었던 정치사회(-38.8%), 경제경영(-16.7%), 가정생활(-17.5%), 요리(-16%) 등 분야의 도서는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다.
성별 구매 비중은 여성(61.6%)이 남성(38.4%)을 크게 앞섰고, 연령별로는 40대가 36.2%로 전체 연령대 1위를 차지했다.
교보문고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역설적으로 특수를 맞았던 도서 시장은 일상 회복이 진행되면서 다시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며 "지난 3년간 대부분의 분야에서 큰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올 상반기에는 도리어 많은 분야가 하락세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