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지구대에서 도박 혐의로 체포된 외국인 23명 중 10명이 집단 도주했다. 사진은 도주한 이들이 빠져나간 창문. 연합뉴스외국인들이 도박 혐의로 검거됐다가 경찰지구대에서 집단 도주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피의자 관리 소홀 문제에 대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도주한 외국인 10명은 모두 검거됐거나 자수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도박·도주 혐의로 베트남 국적 A(32)씨 등 10명을 붙잡았다고 12일 밝혔다.
베트남 국적 외국인 23명이 광주 광산구 한 주택에서 도박을 하다 검거된 것은 지난 11일 새벽 3시 20분쯤.
이들은 판돈 1500만 원으로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SNS를 통해 만나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지구대에는 검거된 외국인 20여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이들은 지구대 회의실에 사실상 방치됐다.
외국인들은 차례로 불려 가 조사를 받았지만 이들을 지키는 경찰관이나 CCTV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무실에 수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1일 오전 6시 10분쯤 외국인 1명이 환풍용 창문을 통해 달아났다.
이 창문은 너비 90㎝에 15도 정도만 열리는 작은 크기였지만 덩치가 크지 않은 외국인들이 빠져나가기에는 충분했다.
이들 외국인 10명이 창문을 통해 도주하는 데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도주한 외국인들은 11일 오후 5시 30분부터 이날까지 차례로 자수하거나 검거됐다. 도주한 외국인 10명 중 2명은 경찰이 CCTV 등을 토대로 추적해 검거했으며 5명은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출입국관리소 등을 통해 자수했다.
이날 오후에는 자수 의사를 밝힌 2명이 광산경찰서에 자진 출석했다.
나머지 1명은 범행 35시간 정도 지난 이날 오후 5시쯤 서구 상무지구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외국인들이 도주할 당시 규정을 어겼거나 미흡한 점이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광주 광산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감찰 부서에서는 당시 현장에서 미흡하거나 규정을 어긴 부분이 있는 살피고 있다"며 "도주한 외국인들이 모두 검거된 만큼 본격적인 감찰에 착수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도주했다가 붙잡힌 외국인들을 상대로 도주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