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아파트 화재 사건 현장. 부산경찰청 제공지난해 6월 일가족 3명이 숨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아파트 화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당시 방재담당자 등 책임자들을 무더기 기소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송봉준 부장검사)는 14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화재 당시 관리사무소 방재담당자 A(40대·남)씨와 관리사무소장, 시설팀장, 방재업무관리자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소방시설법 위반 등 혐의로 관리사무소 방재담당자 2명과 관리사무소 관리업체 2곳도 함께 기소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27일 화재경보기를 꺼 놓은 상태로 당직 근무를 하면서, 화재가 발생해 수신기에 신호가 잡혔음에도 수신기를 초기화한 채 현장 출동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관리사무소장과 시설팀장, 방재업무관리자 등은 평소 화재경보기 작동 여부를 점검하지 않고, 화재 당시 경보기가 꺼진 상태를 58시간 동안 방치해 일가족 3명이 제때 대피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 등 방재담당자 3명은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화재경보기를 202차례에 걸쳐 꺼 놓아 소방시설을 차단한 혐의를, 관리업체 2곳은 소속 직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아파트 화재 사건은 지난 6월 27일 오전 4시 9분쯤 발생했다. 이 불로 집 안에 있던 50대 부부와 20대 딸 등 일가족 3명이 숨졌다.
검찰은 이 사건을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참사로 규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관리사무소 방재담당자들은 평소 경보가 자주 울려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화재경보기를 수시로 끈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업무 편의를 위해 점심시간이나 야간 시간대에 경보기를 집중적으로 꺼 놓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주말에는 관행적으로 화재경보기를 끄고 근무했다.
이 사건 발생 당시에도 화재경보기는 금요일인 지난해 6월 26일 오후 6시쯤부터 월요일 화재 당일인 27일 오전까지 58시간 동안 꺼져 있었다.
A씨는 화재 당일 오전 3시 52분쯤 아파트 다른 동 화재감지기가 작동하자 4차례 초기화한 뒤, 감지기 작동 세대를 찾기 위해 오전 4시 8분쯤 화재경보기를 잠시 켰다가 2분 만에 재차 아파트 전체 화재경보기를 껐다.
A씨 등 방재담당자들은 이렇게 수신기에 화재 신호가 전달되더라도 실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지레짐작해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일단 화재 신호를 없애기 위해 수신기를 초기화해 왔다고 검찰이 설명했다.
검찰이 2022년 1월부터 화재 발생일까지 화재경보기 작동실태를 분석한 결과, 경보기가 꺼져 있는 비율이 78%에 달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시민 안전을 위협한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해 검찰시민위원회를 열고 시민위원 의견을 들었다.
위원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경보기를 끄고 화재 당시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은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행위가 업무상과실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수사 과정에서 화재경보기 차단 이력이 소방시설 점검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미비점을 발견했다"며 "이를 점검항목에 추가하도록 관련 부처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