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화재 나면 죽는다" 폐기물처리장 '지하화'가 답인가[정다운의 뉴스톡]

전남

    "화재 나면 죽는다" 폐기물처리장 '지하화'가 답인가[정다운의 뉴스톡]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박사라 기자


    [앵커]
    내집 옆에 폐기물 처리장이 있다면 좋아할 분들 많지 않겠죠. 그럼에도 꼭 필요한 시설이니, 사람들 눈을 피해 짓는 방식이 늘고 있는데요. 정작 그 속에 일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위험한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전남CBS 박사라 기자 취재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폐기물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요즘 다른 지자체들이 경기도 하남시의 폐기물 처리장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까.

    [기자]
    정부가 지난해 7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수도권은 2026년, 비수도권은 2030년부터 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면서 서울시, 전남 순천시, 광주광역시 등이 폐기물 처리시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순천시의 경우 현재 하루 190t의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 왕조동 쓰레기 매립장 사용 연한이 2년도 채 남지 않아 사정은 더 급한데요.

    문제는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앞서 2021년에도 월등면 송치마을로 후보지 선정까지 마쳤지만, 주민 반발이 워낙 심해 무산된 전례가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하남시 유니온파크는 폐기물 처리장인데도 아파트와는 불과 350m 거리이고,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들까지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순천시는 지난 1년간 시민 500여 명이 하남으로 답사를 다녀오도록 했고, 다른 지자체 역시 벤치마킹을 위해 하남 유니온파크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앵커]
    폐기물 처리장은 대표적인 기피 시설인데 하남시는 어떻게 만들었길래 그런가요? 박사라 기자도 직접 가봤죠?

    하남 유니온파크 견학 중인 순천시민들. 박사라 기자하남 유니온파크 견학 중인 순천시민들. 박사라 기자
    [기자]
    저도 2번 방문했는데요, 처음에 입구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여기가 쓰레기 처리설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외관만 보면 105m 전망대를 갖추고 아래로는 물놀이장, 테니스 장 등 편의시설과 바로 옆에 유명 복합쇼핑몰까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대신 폐기물 처리장은 지하로 설치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폐기물 처리장은 주민들이 반대하는 기피 시설인데, 이런 점을 감안해 하남시는 폐기물 처리장은 지하에 두고 지상에는 전망대를 세워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찾는 랜드마크로 만든 겁니다.

    [앵커]
    문제는, 화려한 경관과 대조적으로 지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외부에서 답사할 때 둘러보는 코스는 따로 있는데요. 저도 처음에는 공식적인 견학 코스를 방문했다가, 취재 이후에는 답사코스가 아닌 장소들을 둘러봤습니다.

    지하 1층에서 4층 깊이의 처리장에서는 하수처리시설과 소각장, 음식물 자원화시설, 재활용품선별시설 등 4개 시설이 운영되고 있었는데요.

    노동자들이 하루 종일 지하에 있다보니 건강검진에서 수년째 비타민D 결핍 진단을 받았고요. 재활용품을 분류하는 시설에서는 컨베이어 벨트 소리, 폐기물 압축 기계의 폭발음 때문에 귀마개를 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청력 검사에서도 매번 재검 판정을 받는다고 합니다.

    또한 지하 자체가 조명을 켜도 어두컴컴하다보니 노동자들의 시력도 많이 저하된 상태였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위험한 건 화재입니다. 소각로가 있기도 하지만 버려진 부탄가스통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최근에도 3번이나 불이 날 뻔해서 직접 불까지 껐다는데, 노동자들은 이런 사건이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하남 유니온파크 노동자 목소리 들어보시죠.

    [하남 유니온파크 노동자]
    "랜드마크다, 성공 사례다, 이렇게 하는데 지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한테는 최악의 시설이죠. 화재가 나면 도망갈 곳이 없어요. 뛰어서 나와도 2분 이상 걸려요. 계단 타고 그러면 죽을 수밖에 없죠."

    하남 유니온파크 노동자가 근무하는 모습. 박사라 기자 하남 유니온파크 노동자가 근무하는 모습. 박사라 기자 
    [앵커]
    전문가들도 지하시설에 우려를 나타냈다고요.

    [기자]
    지난 노동절 국회에선 '환경기초시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금현아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연구원은 지하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느린 재난"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느린 재난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호명하기 위한 언어"라면서 "불평등한 사회경제적 구조에 의해서 노동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건강의 위협에 노출된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한 노무사는 "인간의 기본권리인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지하 시설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노무삽니다.

    [유성규 노무사]
    "생명권이나 건강권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는 부분이죠.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는 지하화는 그런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설이잖아요."

    [앵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나요.

    [기자]
    폐기물처리장에서 일하게 될 노동자들이 내 가족이라면 누구도 지하화 시설을 쉬이 동의하지 않을텐데요. 그런데도 지자체는 주민 반발을 예상해 처음부터 눈에 잘 띄지 않는 지하화 시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일본이나 독일, 덴마크 등 선진지들은 지상에 폐기물 처리시설을 두고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최근 서울시가 벤치마킹한 덴마크 아마게르바케 소각장은 정화 시스템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해 굴뚝에서는 미량의 수증기만 배출되는 곳이었습니다.

    따라서 외국의 이런 방향성과 오랜 시간 주민과 소통하며 설득해온 과정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직매립 금지법은 2021년 7월 공포됐는데요, 인천광역시도 부랴부랴 광역소각장 3곳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반발 등 난관에 부딪힌 상황입니다.

    많은 지자체들이 시간에 쫓겨 폐기 시설을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어떻게 보면 주민들을 설득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한 지하화 방안을 선택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지하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들은 간과하고 있어서 지하화 방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해 보입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