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겪는 가장 큰 피해로 해고와 직장 내 괴롭힘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2020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이메일로 받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제보 216건을 분석한 결과, '해고·임금'이 147건(68%)으로 가장 많았고, '인격권 침해'가 100건(46.2%), '현행법 위반'이 44건(20.3%)이었다고 밝혔다.
해고 통지와 부당해고 등의 구제 신청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조항(제23조 제1항, 제27조, 제28조)은 모두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언제든 해고를 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다른 사업장 노동자보다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월 3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천 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5인 미만 민간 사업장 노동자 21.1%가 '2022년 1월 이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 실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민간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응답(7.2%)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A씨는 지난 4월 단체에 메일을 보내 "출근하자마자 회사 인트라넷에서도 차단시키고 조롱하는 말투로 집에 가라고 했다. 부당해고라고 문제제기를 하자 5인 미만이니 신고할 테면 신고해보라고 조롱했다"고 토로했다.
단체는 "야근수당(연장·야간·휴일근무 가산수당)에 관한 규정인 근로기준법 제56조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국가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돈을 덜 주고 더 많이 일을 시켜도 된다'고 보증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직장 내 괴롭힘 규정(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3)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노동시간 및 연장 근로 제한, 연차 유급휴가와 생리휴가 등도 보장받을 수 없다.
단체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우선 법의 보호 테두리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특히 해고, 임금과 같이 생존권 침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은 가장 최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 5인 미만 사업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하나 변호사는 "변화하는 산업구조에서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배제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근거로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데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권리금과 임차료이며 문제를 풀어나갈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