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정부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5년 만에 종료하면서 유류세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등의 정상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커지고 있는 세수 결손에 대비해 각종 혜택들을 다시 원상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지만,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혜택을 일시에 축소하면 오히려 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 개소세 인하 이달 종료…세수 감소 대응 가능성
황진환 기자1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자동차 구입 시 최대 143만원까지 부담을 줄여주던 개별소비세(개소세) 탄력세율 적용이 이달 종료된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는 자동차 구매 시 개소세는 기본세율인 5%가 적용되기 된다.
2018년 7월 도입된 이래 6개월 단위로 계속해서 연장돼 온 만큼 이번에도 기존처럼 다시 연장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정부의 선택은 예상과 달리 조치 종료였다.
정부가 개소세 인하를 중단한 표면적인 이유는 자동차 판매실적 호조와 소비 여건 개선이다.
코로나19에 맞춰 내수 진작을 위해 개소세 인하 조치를 펼쳐왔지만 팬데믹이 끝났고 자동차 시장 상황 또한 좋으니 연장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완화가 시작된 지난해의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의 내수 판매량은 전년인 2021년 대비 3.2%가 감소하면서, 2013년 이후 9년 만에 14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국산차는 판매량이 소폭 늘어났지만, 경기부진으로 인해 수입차와 일부 국산 브랜드의 판매량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이번 개소세 인하 종료 조치의 원인이 자동차 시장 호조가 아닌 세수 확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4월까지 세수부족 34조원…유류세 인하 종료·종부세 공시가율 상향 등도 거론
서울 강남우체국에서 한 직원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박종민 기자지난 4월까지 국세수입은 13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조9천억원이 줄어들었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세금이 연말까지 걷히게 되면 올해 세수는 목표치인 400조5천억원에 38조5천억원이 모자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목 중 비중이 가장 높은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세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조9천억원, 15조8천억원, 3조8천억원이 줄어들었는데, 하반기의 세입 전망이 밝지 않아 일각에서는 세수 부족분이 5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세계잉여금과 기금의 여유 재원을 이용해 부족분을 메워가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들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때문에 이번 개소세 인하가 각종 세금 혜택을 다시 정상화하는 신호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수 증대 효과가 5천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개소세 인하 종료의 다음 단계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 비율 상향이다.
현재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정 최저한도인 60%로 낮춘 상태인데, 이를 80%로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종부세의 세수는 이미 공시가율 80%를 전제로 작성이 됐기 때문에 80%로 높이지 않으면 세수 감소분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 중단 가능성도 나온다.
정부는 2021년 11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했는데,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이를 4차례까지 연장했다.
지난 4월부터는 휘발유는 25%, 경유는 37%의 인하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최근 국제유가 안정으로 인해 국내유가가 안정세를 찾고 있어, 오는 8월말로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가 종료되면 5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 추산치도 제시되고 있다.
동시다발적 세부담 증가 시 경기 추가위축 우려…野 "추경 안 하는 것은 정부 역할 사실상 포기"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같은 움직임에 나설 경우 소비가 위축되면서 이미 침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경기에 추가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조업과 건설업 등 주요 업종과 20대 취업이 좋지 않은 데다, 수출 부진으로 인해 경기가 좋지 않은데, 세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지갑이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서야 한다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정부가 추경은 없다고 잘라 말한 것은 사실은 대책이 없다고 고백한 것과 같다"며 "서민층과 중산층,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고통을 방치하는 것으로 정부의 역할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도 "추경을 안 하고 세수 부족을 메워나갈 수 있다면 바람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세수부족을 상쇄시키기 위한 추경이 필요해질 수 있다"며 "경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조금 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세수 부족하다며 빚내서 추경하자는 것은 모순…경기 좋아질 것"이라지만, 전문기관의 성장률 전망치는 '하락일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202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지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이같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추경 불가' 방침은 아직까지 고수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걱정하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를 한다"면서도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35조원의 세부 항목을 보면 금년 예산에 기반영돼 있는 예산이 대부분이고, 에너지 가격 지원 부분은 취약계층에 대해 기존의 예산을 가지고 지금 충분히 지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추 부총리는 "한 쪽에서는 '세수가 부족하다' 이렇게 걱정을 하시면서 또 한쪽에서는 '35조원 추경, 빚을 내서 더 하자' 이러는 것은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다"며 "취업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증가를 하고 있고, 수출도 3분기, 4분기를 지나면서 서서히 좋아질 것으로 흐름상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추 부총리의 기대와 달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락일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3일 '2023년 한국경제 수정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2%로 낮췄다.
이에 앞선 지난 7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5%로 낮췄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들도 모두 전망치를 하향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경기는 내수 회복 모멘텀의 상실 우려가 커지면서 하반기에도 침체가 지속되는 '상저하저'의 경착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기부진이 상반기뿐 아니라 하반기까지 이어지는 상저하저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성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경기 부진으로 인해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세수 부담을 늘리면 경기 하강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국채 발행 형태의 경기부양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