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로부터 690억원을 배상받을 수 있다는 투자자-국가간 국제중재(ISDS) 판정 결과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정부와 재벌의 유착으로 주주들의 손실을 입은 사실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 장관의 검찰 재직 시절 수사로 이미 입증됐다"며 "조속히 배상 명령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엘리엇 측은 21일 입장문에서 "이번 중재판정부의 결론은 타당한 결론이며 사건 관련 사실 관계는 대한민국의 법원과 검찰에 의해 지난 수년 간 이미 입증되고 인정됐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이번 판정은 아시아에서 주주행동주의 전략을 택한 투자회사가 투자 대상국의 최고위층으로부터 기인한 부패 범죄 행위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승리한 최초의 투자자-국가 분쟁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관료와 재벌 사이 유착관계로 인해 소수 주주들이 손실을 입은 사실이 재차 확인된 것"이라면서 "사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검찰 재직 당시 수사 및 형사 절차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엘리엇은 이번 결과에 승복한다. 한국 정부가 중재판정부의 배상 명령을 이행하기를 바란다"며 "불복해 근거 없는 법적 절차를 밟는다면 추가 소송 비용과 이자를 발생시켜 한국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우리시간으로 전날 저녁 엘리엇이 제기한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에서 우리 정부가 5358만6931달러(약 6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우리 정부는 배상 원금에 대한 지연 이자와 법률비용 등을 더해 총 1300억원 정도를 엘리엇에 물어줘야 한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추진되던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7%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 합병에 반대했다.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의 합병 비율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였다.
두 회사의 합병은 주주총회를 통과해 성사됐고 엘리엇은 2018년 7월 '한국 정부의 부당한 개입으로 주가가 떨어져 손실을 입었다'며 정부를 상대로 7억7천만달러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ISDS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