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DB하이텍 홈페이지 캡처행동주의 펀드 KCGI가 DB하이텍과 분쟁을 본격화했다. 소송을 통해 DB하이텍 경영진을 압박하면서다.
한진칼에서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로 성과를 거둔 KCGI가 DB하이텍을 상대로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백기사(우호세력)'의 등장 여부도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 13일 DB하이텍의 회계장부와 이사회 회의록 열람 및 등사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KCGI는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를 보유하고 있다. DB하이텍 최대 주주인 DB는 김준기 창업회장과 그의 장녀인 김주원 부회장 등의 우호지분을 합해 17.78%를 갖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8.58%, 소액주주연대가 약 3%의 지분율을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KCGI는 DB하이텍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KCGI는 지분 인수 이후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협의를 요청했으나 DB하이텍 측의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주주서한을 공개했다. 또 DB하이텍이 뒤늦게 자료 요청에 응답했지만 형식적인 변명뿐이라며 소송에 돌입했다.
KCGI가 꼽은 문제 중 핵심은 △지배주주가 낮은 지분율로 물적분할 등 막대한 의사결정권을 보유 △지배주주의 과도한 보수 △김준기문화재단을 통한 지배주주의 경영권 지원 의심 등이다.
이 같은 모습은 KCGI가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을 때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먼저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편을 요구하며 오너 일가의 의혹을 지적하고, 소송도 불사한다. 또 오너 일가 사이의 느슨한 관계도 파고든다.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이 손잡고 '3자 동맹'을 만든 바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김준기 창업회장이 지난해 말 지주사인 DB의 지분 4.3%를 매입하면서 아들인 김남호 회장과 갈등을 빚었다는 이야기가 증권가에 퍼졌기 때문이다. DB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KCGI가 DB하이텍의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김준기 창업회장의 퇴사를 요구한 반면, 김남호 회장에 대해서는 책임경영만 요구했다. KCGI가 오너 일가 사이를 파고들려고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변수는 양측의 '백기사'가 등장할지 여부다.
KCGI가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할 당시 한진그룹은 델타항공이 백기사 역할을 했고, 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이후에는 산업은행도 사실상 우군이 됐다.
KCGI는 '건설사'가 윙맨(wingman‧비행 편대의 호위기) 역할을 해온 점이 눈에 띈다.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할 땐 반도건설이 '3자 동맹'의 일원이었고, 엑시트 때는 호반건설이 블록딜로 주식을 매입했다. 이어 KCGI가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중견 건설사 화성산업과 손을 잡았다.
한편 또 다른 관심은 KCGI의 엑시트 시점이다.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확보하며 투자한 금액은 180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CGI는 한진칼 주식에 3600~370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매각 대금은 5640억 원으로 2배에 가까운 수익을 거뒀다. 2018년 11월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지 4년 만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KCGI가 코리아 디스카운드 해소를 위한 행동주의펀드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단타'로 엑시트하진 않을 것"이라며 "특히 KCGI가 건설사와 네트워크가 좋은데, 현재 건설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