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 뒤 전동 킥보드를 운전한 혐의로 운전면허를 정지한 경찰의 행정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춘천지법 제1행정부 김선희 부장판사는 원고 A씨가 강원특별자치도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정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고 소송 비용을 피고인 강원경찰청이 부담하라고 22일 밝혔다.
버스 운전기사인 A씨는 2021년 10월 14일 오후 10시 40분쯤 강원 홍천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7%의 상태로 전동 킥보드를 운전한 혐의로 면허가 취소됐다.
도로교통법상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으로 음주운전이 적발될 경우 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A씨는 경찰의 처분에 불복해 두 달 뒤인 같은 해 12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중심위는 110일간 자동차운전면허 정지처분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A씨는 무면허 음주 상태에서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행할 경우 범칙금 대상이 되는 반면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이 음주로 적발될 경우 면허 취소와 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것은 평등의 원칙 위반이라며 행정 소송을 냈다.
A씨는 대형차량의 음주운전 위험성과 개인형 이동장치의 위험성이 다르다며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 위반과 운전 면허를 취득할 당시 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며 위법한 판단임을 주장했다.
사건을 살핀 재판부는 원고 측의 법치행정 원칙 위반, 평등 원칙 위반, 소급입법금지 원칙 위반 등에 대해서는 처분에 부당함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비례 원칙을 위반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행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운전면허 정지로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된다"며 "개인형 이동장치를 음주운전하는 행위를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과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소 또는 정지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제재"라고 판단했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시속 25㎞ 이상으로 운행할 경우 작동하지 않고 차체 중량이 30㎏ 미만인 것으로 크기와 속도, 무게 면에서 자전거와 유사하고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에 비해 사고 시 위험성이 현저히 낫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의 경우 범칙금 부과대상으로 정하면서도 운전면허 취소 또는 정지 사유로 규정해 도로교통법상 규정들이 조화롭게 해석되지 아니하고 수범자인 국민들에게 행정작용과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아니해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