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나 앵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판결에서 예상보다 무거운 징역형이 선고되면서, 앞으로 있을 항소심에서 뒤집힐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함께 1심 판결문을 분석하면서 항소심 전망을 해보겠습니다.
[앵커]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 예상했었나요?
[권영철 대기자]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무죄, 유죄가 나오더라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기준인 100만원 안팎의 벌금형이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만, 훨씬 무거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앵커] 이재명 대표의 1심 판결 쟁점은 크게 3가지 아니었습니까?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김문기를 몰랐다는 발언은 무죄 판단이 나온거죠?
[대기자] 그렇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시 김 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은 예상대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알았다', '몰랐다'는 건 이 대표의 인식의 문제니까 허위사실 공표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앵커] 두 번째, 골프를 쳤다 안쳤다. 조작이다 이게 문제가 된 거죠?
[대기자] 이 대표가 2021년 12월29일 종편 토크콘서트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단체사진 중 일부를 떼 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지요"라고 했는데, 이 발언이 허위사실이고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 발언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뉘양스는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민주당에서는 '조작한 거지요'의 발언은 골프를 쳤다는 데 대한 반박이 아니라 '단체사진 중의 일부를 떼 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거지요"에 연결된다고 주장합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박균택 의원은 "그러니까 사진 조작에 방점을 뒀던 것인데 그 안에 포함돼 있는 골프를 쳤는데 치지 않았다. 이 부분을 판단의 대상으로 삼아서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지도 않은 말을, 깊은 안에 담긴 함의까지 뽑아내서 굳이 이렇게 유죄 판결을 하는 것이 거의 검사들이 원했던 판결 아니냐. 그래서 참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앵커] 재판부는 '골프 발언'의 의미를 '해외 출장 기간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으로 판단했잖아요?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은 인정하지 않는 건가요?
[대기자]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하지 않은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골프 발언의 의미는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또 "골프 조작이라는 단어가 듣는 사람에게 남기는 인상의 정도,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부분과 '조작하는 거죠' 부분의 호응관계 등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골프 발언을 듣는 일반 선거인으로서는 피고인이 김문기와 해외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골프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골프 발언이 방송 프로그램 중 즉흥적인 답변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시민 패널이 피고인에게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발언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고,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공방 등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를 했습니다.
[앵커] 사진은 조작한 게 맞나요?
[대기자] 조작이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편집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겁니다.
민주당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원본 사진은 해외 출장 중인 일행 10명이 찍은 단체 사진입니다.
그런데 박수영 의원이 공개한 사진은 이 중 이재명 대표와 유동규 사장, 김문기 처장 등 4명이 골프를 치면서 찍은 것처럼 페이스북에 올렸던 겁니다.
이재명 대표는 2015년 1월 해외 출장 당시 11명이 찍은 사진 중 국민의힘이 4명을 잘라내 공개했고, 촬영 당시는 골프를 친 시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작'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합니다.
1심 재판부는 골프 발언이 '김 처장을 몰랐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므로, 전체 맥락상 '김 처장과 골프를 안 쳤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고 봤습니다. 예정됐던 토크 콘서트였던 만큼 이 대표가 골프 발언을 하기까지 기억을 환기할 시간이 충분했다고도 보고 발언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앵커] 민주당에서는 1심 재판부의 판단이 대법원의 판례에 어긋난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어긋나나요?
[대기자]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됩니다. 1심 재판부도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판단하고 있고
민주당도 대법원의 판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심 재판부는 2015년 5월 14일 선고된(2015도 1202 판결)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습니다. 그런데 인용한 대법원 판례를 찾아보니 앞부분과 뒷부분의 언급이 달랐습니다.
앞 부분에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서 말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함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공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고(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9도26 판결 참조" 입니다.
뒷부분은 "어떤 표현이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인지 여부는 일반 선거인이 그 표현을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하여 그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표현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8947 판결 참조)"는 대목입니다.
민주당에서는 대법원 판례에서 '발언 해석에 관해 확장해석을 금하고 있다' (대법원 2024. 10. 31.선고 2023도16586판결 등)는 판례를 제시했습니다.
이 대법원 판례에는 "일반 선거인이 그 표현을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그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와의 연관 하에서 표현의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표현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표현한 사람의 내심의 의도나 개인적 이해득실 등 주관적 사정에 따라 그 표현의 객관적 의미가 좌우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주관적 사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상 표현의 해석에 고려할 것은 아니다"는 점.
또 "문건에 기재된 표현을 기초로 발언의 목적을 추론하고 다시 이에 따라 발언의 의미를 새기는 것은 사후적 추론에 따라 발언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에 해당하여 문제된 표현을 접한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표현의 의미를 새겨야 한다는 법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겁니다.
[앵커] 대법원 판례까지 복잡한데요? 어떤 판단이 맞을까요?
[대기자] 일단은 1심 판결이니까 항소심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할 겁니다.
1심 재판부의 판단에서 중요한 쟁점은 증거에 입각한거냐? 아니면 '인상' 대상물이 주는 느낌을 주요 판단의 근거로 삼았느냐 하는 점입니다.
대법원 판례에 인상을 근거로 한다는 대목이 있습니다만, 대법원 2020년 7월 16일 선고한 (2019도13328) 전원합의체 판결문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후보자 등이 후보자 토론회에 참여하여 질문·답변을 하거나 주장·반론을 하는 것은, 그것이'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에 의하여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추가로 "어떠한 표현이 공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이를 허위사실의 공표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종민 기자[앵커] 세 번째 쟁점, '백현동 발언'은 후보자가 아니라 경기지사로서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잖아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백현동 용도변경 발언'은 2021년 10월 경기도 국감장에서 있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의 방침과 달리 국토부의 의무조항에 근거한 변경 요구를 받고 불가피하게 용도변경했으며, 바꾸지 않을 경우 국토부 공무원들이 성남시를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발언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국토부 요구에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이 대표 스스로 검토해 백현동 용도를 변경했고, 그 과정에서 이 대표나 당시 성남시 공무원들이 협박을 당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기도지사이면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이기도 했던 피고인(이 대표)은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의 기회이자,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의혹에 대응할 기회로 삼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백현동 부지 관련 의혹에 대응하는 이 사건 백현동 발언을 했다고 판단된다"며 백현동 발언에 '당선될 목적'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국정감사에서 피감사기관의 기관장인 경기도지사의 지위에서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했을 뿐, 대통령 후보자로서 답변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법률에 의한 요구인 별도 공문 때문에 용도변경 해줬다고 했을 뿐 '의무조항 때문에 용도변경 해줬다'고 한 적이 없는데도. 재판부는 '의무조항 때문에 용도변경 해줬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잘못 판결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앵커] 사실 대부분 벌금형을 예상했고, 심지어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벌금 80만원을 예상하지 않았습니까? 양형기준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된건가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윤상현 의원은 유죄이되 벌금 80만원이 선고될 걸로 예상을 했습니다.
그렇게 본 이유는 이재명 대표가 낙선자이고,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형이 선고될 경우 민주당이 대선자금을 반납해야 하는 또다른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판결은 1심 판결이잖아요?
1심 판결 선고 직후 이재명 대표는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입니다. 현실의 법정은 아직 두 번 더 남아있고 그리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합니다. 항소하게 될 것입니다. 기본적인 사실 인정부터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그런 결론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헌법 제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하면 항소하여 2심에서 다투면 됩니다.
1심 판결을 두고 '사법의 정치화'니 '정치의 사법화'니 하면서 재판부를 비난하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판결이 마음에 안든다고 우리 사회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를 공격하는 건 옳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항소해서 다투고 항소심에서도 패소한다면 대법원에서 다투면 됩니다.
다만 앞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건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낙선한 이재명 대표를 대상으로 3년 가까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과, 낙선자인 이재명 대표의 발언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면, 당선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허위 발언은 어떻게 되는 건지 국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앵커] 항소심 판결은 어떻게 예상하나요?
[대기자] 항소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민주당에서는 무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1심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들에 대해 처음부터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법조인 출신 정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1심 판결에 법리 적용이라든가 또 사실관계에 있어서 약간 오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항소심에 가면, 판사님들께서 원칙에 의해서 판단한다고 하면 뒤집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정 의원은 "아무리 국민 눈높이나 상식과 거리가 있는 판결이라고 하더라도 판결은 판결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된다고 본다"라며 "판사에 대한 비난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보수 논객 정규재씨는 페이스북에 올린 논평에서 "이재명의 발언 중 김문기를 알지 못한다는 점, 백현동 토지 용도 변경은 국토부의 압력을 느껴 시행하게 되었다는 발언 두 가지가 사실과 달라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공소의 제기다. 두가지 모두 객관적 사실에 대한 진술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본인이 갖는 매우 주관적인 상태에 대한 평가"라면서 "국토부의 압력을 느꼈다는 부분은 더욱 그렇다. 매우 주관적인 평가이고 이는 국토부를 상급단체로 하는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충분히 있음직한 심리 상태다. 재판관이 몇 가지 반증 사례를 근거로 이재명 본인의 심리까지 특정한 상태였다고 추론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특히 "나는 이재명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의 유죄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다. 가장 근본적인 오류는 이재명은 낙선자라는 점을 재판부는 다만 경감 사유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공직선거법의 근본적인 취지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공직선거법은 법조문상 당선 낙선을 구분하여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낙선자는 이미 유권자의 사실상 판결을 받은 결과라는 점에서 공직선거법이 보호하려는 실질적인 이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1심 판결의 문제점 세 가지를 언급했다. 첫 번째는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낙선자'를 엄하게 처벌하지 않는다. 낙선 사실 자체가 그 행위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는 "'낙선 목적'이 아니라 '당선 목적'인 경우 중하게 처벌하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당선 목적 허위사실 유포죄'에 대해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추가했습니다.
세 번째는 "공보물에 인쇄해서 뿌린 것도 아니고, 인터뷰나 국정감사 질문에 소극적으로 응한 답변일 뿐"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 의원은 "아직 1심 판결이고, 통상적이지 않은 판단인 만큼, 상급심에서 바로잡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연하고 당당하게 2심 판결을 지켜보자"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