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이기일 제1차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아살해 등 아동학대 대응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태어나자마자 살해돼 냉장고에 유기된
'수원 영아시신 사건'이 충격을 안긴 가운데, 정부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의 희생자들처럼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지만 당국에 등록되지 않아 '신생아 임시번호'만 부여된 아동들의 안전을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제1차관은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수원시 영아사건과 관련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들이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게 된 데 대하여 국민 여러분께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수원시 영아사망이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파악된 '미신고 아동' 2236명 중 불과 1%(23명)를 표본조사한 결과 드러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찰은 전날 '생후 1일짜리' 자녀 2명을 살해한 혐의로 30대 여성을 긴급체포했는데, 아기들의 시신은 자택 냉장고 안에 수년째 보관돼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성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며, 남편에게는 '낙태를 했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복지부는 경찰청과 질병관리청,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전국적인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출생 직후
필수예방접종을 실시한 병원에서 당국에 비용을 청구하고자 발급한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는 아동들의 소재와 안전을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진행한 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의료기관의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가 2천여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대부분은 필수 예방접종과 보육지원 등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고, 사망아동이 최소 3명(수원 사건 포함), 유기 의심사례도 1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조사할 수 있는 범위는 '출생신고 아동'에 국한돼 있다. 앞서 지난 4월 학대의심 아동을 선제적으로 조사하겠다며 밝힌 대상도 '필수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만 2세 이하'인데, 모두 신고가 이뤄진 영유아라는 전제가 있다.
감사원은 주민등록번호가 없어도 반드시 맞혀야 하는 B형간염 백신을 접종한 영아 정보와 의료기관이 질병청에 청구한 비용 내역을 맞춰보는 과정에서 '통계에 잡히지 않은' 미신고 아동을 무더기로 찾아냈다.
복지부는 우선 감사원이 발견한 2천여 명의 아동들의 안전부터 확인하고, 조사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합동조사는
해당아동의 보호자에게 연락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경찰 등의 협조를 받아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위기아동 발굴을 위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는 아동도 포함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개선 또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원 목적으로 산모의 인적사항을 수집할 수 있게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시행령도 개정을 추진한다. 다만, 개정 시행까지는 적어도 한 달 반이 소요되는 만큼 필요 시 적극적인 행정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이기일 1차관은 22일 '수원 영아시신 사건'과 관련해 "앞으로는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전수조사와 함께 법적·제도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제공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태어난 아동을 지자체에 알리는 '출생통보제'와 산모의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관련 법안들은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그간 의료계는 행정부담과 더불어 신고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시스템 상 문제가 병원의 책임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출생통보제를 반대해왔다.
이에 대해 이 1차관은 "의료계와 함께 출생정보 통보방법에 대해 논의가 원만하게 진행 중"이라며 "(정부가 법안 추진을 발표한) 4월 이후에도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상호 의견을 조율해왔다"고 전했다.
또한 "의료계와 협의가 곧 끝나게 되면 바로 법사위를 통과하고,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빠르면 6월, 늦어도 7월에는 (통과)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호출산제는 의료기관의 출생통보가 일반화될 경우, 출산 사실을 알리기 꺼려하는 산모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보완적 성격을 띠고 있다. 국내 '병원 밖 출산'은 연간 100~200건 정도로 추정된다.
조규홍 복지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부는
두 법안(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에 대해 다 찬성하고 있다"며 "법안 논의가 빨리 진행돼서 법제화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