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금융권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려가 지속되던 제2금융권은 물론, 국내 은행의 분기 말 연체율이 2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또 시장금리가 짧은 기간 큰 폭으로 상승하며 한계기업의 부실화 가능성도 큰 상태여서 은행권 자산 건전성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국내은행 건전성 위협요인·향후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국내은행 분기별 연체율은 지난해 6월 말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는데, 지난 3월 말에는 0.33%를 기록해 2020년 6월 말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저축은행 연체율도 지난 3월 말 기준 5.1%로 2017년 6월 말 이후 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신용카드사 연체율도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금융권 건전성 악화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가계와 기업 등 차입자들의 이자 부담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가 짧은 기간 안에 크게 상승하면서, 기업들이 고금리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데다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복귀가 어려울 수 있어 한계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이 점차 증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아졌다"면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며 이들이 버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은 지난 2014년 이후 26~28%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8년 이후 30%를 웃돌았다. 지난 2022년에는 35.1%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30.9%)보다 높았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대출 만기 연장, 상환유예제도 중 상환유예가 오는 9월 종료될 예정이라는 것도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관련, 지난 3월 말 현재 상환유예 지원 대상 여신은 전체 잔액(85조3천억원)의 7.7%인 6조6천억원이며 상환계획서에 따라 오는 2028년 9월까지 분할 상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것만 보면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으나,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경기회복이 늦어질 경우 부실이 이어질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은행들은 그간 건전성이 개선돼왔기 때문에 건전성 악화라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겠지만, 수익이 많이 늘어난 지금이 오히려 리스크를 축소할 좋은 기회라는 점을 인식하고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