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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얼마나 늘릴까…"2050년 약 2만 2천 부족할 듯"

보건/의료

    '의대 정원' 얼마나 늘릴까…"2050년 약 2만 2천 부족할 듯"

    27일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인구 줄어도 고령화로 의료수요↑"
    KDI 권정현 박사, '2030년까지 매년 의대정원 5%씩 늘리면 인력 충족' 제언
    의협 "'수요 느니 공급 확대'? 위험한 주장…무작정 의사 늘리면 의료비 급증"
    조규홍 "의사 확충에 강력한 의지…최적의 증원규모 도출해 다각적 정책지원"

    연합뉴스연합뉴스
    정부와 의사단체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데 '잠정 합의'한 가운데 약 30년 뒤엔 2만 2천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측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향후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의사 수 늘리기가 '필수의료 위기'를 타개할 최우선 대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당분간은 신경과·외과 등 특정 전문과목의 의료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지역의료 인프라가 붕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마련키로 한 데 의·정이 합의한 지난 8일 10차 의료현안협의체의 후속 조치다.
     
    당시 정부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의사인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의협의 주장을 받아들여 수급추계 방법론과 결과를 공유하고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연구위원은 업무량의 적정성을 떠나 현재 의사들이 담당하는 업무 수준을 유지하려면 2050년 기준으로 1만 1천 명에서 최대 2만 2천 명의 의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사 인력 전망 시나리오별 전망(인구 중위추계 기준). KDI 권정현 연구위원 발제자료 중 발췌. 복지부 제공의사 인력 전망 시나리오별 전망(인구 중위추계 기준). KDI 권정현 연구위원 발제자료 중 발췌. 복지부 제공
    현 의과대학 정원(3058명)과 국시 합격률, 연령별 노동시장 이탈률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의 전망 결과로, 활동의사는 2044년 12만 7천 명으로 정점에 도달한 뒤 감소세로 접어든다는 계산이다. 다만 이조차도 "국시 합격 이후 전원 임상에서 53세까지 근로한다는 낙관적 전망에 기반하고 있어 활동의사 인력 전망을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권 연구위원은 부연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21년 실시한 '전문과목별 의사인력 수급추계 연구' 보고서에서 2035년이면 2만 7232명의 의사 공급부족이 발생할 거라 예측한 데 비해서는 적은 수치다. 2020년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추계'에선 같은 해(2035년) 9654명의 의사가 모자랄 것으로 예상됐다.
     
    권 연구위원은 의료인력 공급체계가 수요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2019년의 의료서비스 이용 양상이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전제를 적용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의료서비스 이용'은 한의·치과를 제외한 의과의 외래 및 입원서비스 이용일수로 규정했다.
     
    재작년 기준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대입할 때, 의료서비스는 중위 시나리오상 2049년 연간 12억 3천 일로 최대치를 찍고,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감소세로 전환되는 분기점은 고위 추계 시 2051년, 저위는 2047년으로 약간의 시점 차이는 있었다.
     
    권 연구위원은 "의료수요가 고령층에 집중된 전문과목은 고령층 인구 증가에 따라 의료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중에서도 신경과·신경외과·외과·흉부외과 등은 특히 수요가 집중되는 전문과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 등 신경계 질환을 다루는 신경과는 30년간 2배 이상 의료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2051년 이후로는 전체 인구규모가 쪼그라들면서, 전문과목별 수요도 점차 감소하리라 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박사,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의사 인력 전망' 중 일부. 복지부 제공한국개발연구원(KDI) 권정현 박사,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의사 인력 전망' 중 일부. 복지부 제공
    반면 '합계출산율 1 미만'의 초저출산의 심화로 직격타를 입은 산부인과는 물론, 영유아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소아청소년과는 의료수요가 줄곧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개원의 단체(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폐과 선언'까지 했던 소청과는 2070년 현재 수요의 '반토막' 수준(55%)으로 떨어질 것으로 권 연구위원은 예측했다.
     
    의사 공급 관련 논의에서 쟁점사항 중 하나는 의사 인력을 '면허등록자'로 볼 것인지, 현재 현장에서 근무 중인 '활동의사' 수로 판단할지 여부다. 의협은 활동의사 수로만 보더라도, 인구 감소추세와 달리 추가 배출되는 의사가 매해 늘고 있어 "오히려 의사의 공급과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의협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2010~2020년 국내 활동의사 연평균 증가율은 2.8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9%)보다 높고 인구 1천 명당 활동의사 수 연평균 증가율도 2.40%로 OECD 평균(1.70%)보다 1.41배 높다"고 밝혔다.
     
    인구 대비 의사 수로 공급 적정성을 살피는 OECD 국가 간 비교지표에 대해서도 "나라마다 제출하는 기준이 상이하고 자료도 제각각이며, 보건의료 환경이나 제도가 전혀 다른 점을 감안해 참고자료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지표로 보면, 한국에서 '현역'이라 할 수 있는 활동의사 수는 1천 명당 2.5명(2019년 기준)으로 OECD 평균치(3.6명)보다 적은 최하위권이다.
     
    권 연구위원은 "의사 면허는 종신면허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등록자의 사망자 정보 반영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임상에서 근로하지 않는 의사들을 포하고 있다"며 "면허 등록자 수를 실제 의료서비스 공급인력으로 보게 되면 실효의사 인력을 과다 평가하게 된다. 활동의사가 의사인력 규모 확인에 보다 적합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기관에 등록돼 실제 환자진료 업무를 보고 있는 '활동의사'는 2021년 기준 10만 9937명으로 지속 증가 중인데, 면허등록자와는 2만 2천여 명의 간극이 있다.


    KDI 권정현 박사 발제자료 중 일부. 복지부 제공KDI 권정현 박사 발제자료 중 일부. 복지부 제공
    이에 더해 의사들의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하락'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작년 기준으로 활동의사 중 만 65세 이상 비율은 8.2%로 2017년 대비 32%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의사의 48%가 '의원급 병원' 소속으로 자영업자인 데다 본격적인 노동시장 진입연령이 늦은 만큼 은퇴를 미루는 의사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권 연구위원은 "체력 부담, 근로시간 하락 등을 고려해 고령의사 인력의 생산성은 연령에 따라 평균 의사 생산성의 0.8~0.9 수준으로 간주된다"며 "이는 실효(effective) 활동의사 인력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필요한 의사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일정 의대 정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다. 오는 2030년까지 해마다 '5%'씩 증원하는 시나리오가 2050년 필요의사 인력 충족에 가장 가까운 수치를 나타냈다고 권 연구위원은 전했다. 그 이후로는 수요 감소에 따라, 재감축 등 의대 정원 조정이 필요할 거라는 단서도 붙였다.
     
    아울러 "여성 의사의 증가로 노동공급과 수요의 양 측면에서 전문과목 선택 편중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의사 수급 전망에서 고려해야 한다"며 여성의사들의 조기 이탈을 방지할 수 있는 출산·양육 지원, 일-가정 양립지원 등의 정책 지원도 동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 발제자료 중 일부. 복지부 제공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 발제자료 중 일부. 복지부 제공
    의협 측은 '단순히 수요가 많으니 공급을 확대해야 된다는 단순한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
    했다. 향후 의대 정원이 1천에서 3천 명 가량 늘 경우 국가 예산의 16~17% 정도인 요양급여비용이 20% 이상으로 높아질 거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우봉식 원장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저수가로 인해 의료서비스의 다양성에 대한 국민 선택지는 원천 차단되고 메가급 병원들이 나타난 가운데 의료전달체계의 부재로 인한 의료 오남용이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정치적 셈법이나 여론에 기대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또 의사업무를 일부 대리하는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등의 '불법 진료'를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우 원장은 "PA는 간호사가 아닌 별도의 직종으로 역사적으로 보면 의사가 수행하던 업무를 약사·간호사 등에게 위임한 의료업무 분업화의 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PA와 관련해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규홍 장관은 "정부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의사인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며 "수급추계와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필수의료 강화에 필요한 최적의 의사인력 증원 규모를 도출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다각적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달 중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환자단체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분과위원회나 전문위원회를 만들어 의대 정원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공급자 측인 의료계 외 다양한 사회적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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