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울산교육감은 27일 동구 서부초등학교 한국어반을 방문했다. 아프가니스탄 학생들을 격려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반웅규 기자"교육감님 함께 축구해요", "우리 학교에 교장선생님으로 왔으면 좋겠어요", "급식에서 주스와 과자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27일 오전 10시 울산 동구 서부초등학교 한국어반 수업시간. 라온제나, 알콩달콩, 너나들이, 가람슬기.
순우리말을 배운 뒤, 글을 색칠하고 꾸미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잠시 뒤, 천창수 울산광역시교육감이 교실을 깜짝 방문하자 학생들은 긴장감도 잠시 질문이 봇물처럼 쏟아냈다.
일부 목소리가 작은 학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또박또박 한국어로 교육감과 의사소통 하는데 별 다른 문제가 없었다.
아프간 학생들은 나이와 집, 가족 관계 등 천 교육감의 개인 신상부터 학교에 바라는 부분까지 다양한 내용을 질문했다.
카리마가 "우리 학교에 교장선생님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하자 천 교육감은 "정식 교장이 될 수는 없지만 한 번쯤 1일 교장선생님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축구유니폼을 입은 수다이스가 "함께 축구를 할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천 교육감은 "수다이스가 보기에는 교육감이 축구를 잘 할 것 같을 지 아니면 못 할 것 같느냐"고 다시 물었다.
수다이스가 "잘 할 것 같다"고 답하자 천 교육감이 "네에, 축구를 꽤 잘한다"고 말하자 아이들은 놀랐다.
천 교육감은 이어 "학교 다닐 때 센터포워드를 맡았는데 골을 잘 넣어서 친구들이 패스를 많이 해줬다"며 "기회가 되면 다시 서부초를 방문해 함께 공을 차겠다"고 하자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천창수 울산교육감이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과 학교생활 적응을 점검하면서 아이들을 격려하고 있다. 반웅규 기자아스마는 "초등학생때 공부를 잘했냐"고 질문했다.
천 교육감은 "중학교 3학년까지 글자를 잘 모를 정도로 공부를 못했다. 이후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 하면서 공부가 재밌고 잘 하게 되었다"면서 "아스마도 책을 좋아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교사 출신인 천 교육감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질문하고 답을 이어가면서 연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교육감과 학교 관련해 아이들이 칭찬과 감사를 전하자 천 교육감은 "잘 생기고 이쁜 우리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학고 재학생과 잘 어울려 줘 뿌듯하다"고 격려했다.
한국어반 한 교사는 "아이들이 수업 내용에 대해 궁금한 질문보다는 자신이 하고 있는 과제를 잘 하고 있는지 묻는 경우가 많다. 교사에게 칭찬 받고 싶어 하는 건 한국 아이들이나 아프간 아이들이나 똑같다"고 귀뜀했다.
천 교육감과 아프간 학생들 간 만남은 교육감 부임이후 처음이며 아프간 특별기여자 가족들이 지난해 2월 울산 동구에 정착한 지 1년3개월이 넘었다.
천 교육감은 "아프간 학생들을 비롯해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 수업,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 한국어반에서 더 나아가 특별학급을 편성해 한국생활 적응을 돕고 다문화 학생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특별학급 담임을 별도로 둬 문화 적응과 교우 관계를 더 챙기겠다"고 했다.
아프간 학생들이 한국어수업에서 순우리말을 배우며 글자를 꾸미고 있다. 반웅규 기자한편, 지난 2021년 8월 이슬람 무장조직인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우리 정부를 도왔던 아프간 특별기여자 391명이 한국에 들어왔다.
이 가운데 29가구 157명이 울산 동구에 거처를 마련하고 정착했다.
울산시교육청은 이들 자녀 85명의 공교육 진입을 돕고자 전담팀을 구성, 운영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21일 배정된 학교에 첫 등교했다.
올해 서부초에 다니는 학생은 26명이며 이 중 11명은 오전에 한국어반에서 수업을 받고 각자 배정된 반으로 복귀한다.
시교육청은 서부초를 다문화정책학교 ·연구학교로 지정하고 통역자를 배치해 오는 8월까지 지원한다. 한국어 강사도 2명 배치했다.
또 아프간 학생 비치와 대규모 아파트 입주에 따라 시교육청은 69억 원을 들여 서부초 교실 9실과 화장실 4실, 급식실을 증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