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27일로 내년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29일)이 이틀 앞으로 박두했지만,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측이 부당한 정부 개입 등을 이유로 회의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구속 중인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해촉해 현재 노동자위원은 정원 9명 가운데 1명이 공석 중이다.
이에 노동부가 김준영 사무처장이 속한 한국노총에 노동자위원 재추천을 요청했고, 한국노총이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전했으나 노동부는 이를 거부했다.
노동부가 밝힌 거부 사유는 '김만재 위원장이 김준영 사무처장과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제8차 전원회의에서 노동자위원 측은 "내년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이 임박했음에도 노동부가 노동자위원 재추천을 거부하는 것은 심의에 개입하려는 의도"라고 거듭 강력 비난했다.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정부의 비상식적인 노동 탄압과 폭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더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참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위원 8명 전원은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운영규칙은 의결정족수를 재적위원 과반수 참석과 사용자위원과 노동자위원 각 1/3 이상 참석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날 회의는 사실상 무산됐다.
류기섭 사무총장은 회의장을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심의 시한이 촉박한 만큼 김만재 위원장이 반드시 노동자위원으로 선임돼야 한다"며 회의 복귀 조건을 제시했다.
금속노련이 한국노총 산하 최대 산별조직이고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가장 큰 조직인데다가 김 위원장이 이전에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을 지낸 만큼 대체 불가라는 설명이다.
한편, 사용자위원 측은 이날도 내년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위한 최초 요구안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가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지불능력은 이미 한계상황에 직면했다"며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인상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이명로 인력정책본부장 또한 "최저임금 수준이 크게 오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고용 영향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박희은 부위원장은 "경영계가 최저임금 동결을 시사하고,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일자리가 대거 사라진다는 괴담을 유포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난했다.
박희은 부위원장은 이어 "내년 최저임금 수준 심의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경영계가 동결이 아니라 적정 수준 인상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