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황진환 기자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주요 라면업체는 물론 제과업계, 제빵업계 까지 백기를 들고 있다.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앞세운 지속적 압박에 정부이 계속되는 가운데 식품업계의 '울며 겨자먹기'가 전면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뚜기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7월 1일부로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인하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팔도도 '일품해물라면', '왕뚜껑봉지면', '남자라면' 등 11개 라면 제품에 대해 소비자 가격 기준 평균 5.1%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변경된 가격은 7월 1일부터 순차 적용된다.
전날 농심과 삼양식품이 가격 인하를 발표한 것에 이어 주요 라면업체들이 모두 정부 압박에 손을 든 것이다.
제과업계에서도 인하 릴레이가 시작됐다. 가장 먼저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가 이날 "다음달 1일부터 대표 브랜드인 빠다코코낫, 롯데샌드, 제크 등 3종의 편의점 기준 가격을 1700원에서 1600원으로 100원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태제과도 아이비 오리지널 제품 가격을 10% 내리며 동참했다.
제빵업계도 화살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양산빵·제빵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SPC도 이날 식빵류, 크림빵, 바게트 등 대표제품 30개 품목을 평균 5% 인하하기로 했다. 파리바게트는 식빵·바게트 등 10종이 100~200원 인하되며, SPC삼립도 정통크림빵 등 20종을 100~200원 인하한다. 뚜레쥬르를 운영 중인 CJ푸드빌도 가격 인하 여부를 논의 중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빵이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정부의 강경한 가격 인하 압력에 식품업계는 기가 눌린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자율을 존중할 줄 알았는데, 일련의 정부 조치는 너무 과도하다는 생각"이라며 "물가에 민감한 정부 입장은 알겠지만, 실제로 가파르게 오른 에너지 비용, 인건비 부담에 힘겨워하고 있는 기업 입장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담합 가능성'을 언급하며 공정위 조사 카드까지 거론하고 소비자단체까지 압력에 가세하자, 여론에 민감한 식품업계 특성상 눈치보기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어떤 정부기관이든 조사가 들어온다는 말만 나오면 진실과 관계 없이 이미지가 실추되고, 매출도 툭 떨어지는 현실"이라며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심정이지만, 영업이익이 한계에 다다른 기업들은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음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수입 캔맥주 가격은 7~15% 올라가고, 4캔 묶음 할인가도 1만 1천 원에서 1만 2천 원으로 상승된다. 음료, 아이스크림, 통조림 등 일부 제품 가격도 최대 25% 인상된다.
특히, 올해 우유 원유 가격을 정하는 협상이 시작된 상황에서 원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제품 가격 상승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인데, 매일유업은 다음 달 1일부터 가공치즈를 10.0~15.6%, 자연치즈를 약 18% 인상된 가격에 팔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