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다시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에 나섰다. 기준금리의 가파른 상승세에 비해 물가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튀르키예는 금리를 한번에 6.5%포인트나 끌어올렸고, 영국, 노르웨이, 캐나다, 호주 등도 잇따라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지난 28일(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 참석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현재 통화 긴축의 정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Fed 목표치인 2%로 내려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와 부동산 폭등에도 금리 인하를 고집했던 튀르키예는 지난 22일(현지시각) 2년 3개월만에 파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섰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8.5%에서 15%로 대폭 인상했다. 최근 재선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40%에 육박하는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경제정책 전환을 주문한 뒤 나온 결정이다.
영국 중앙은행(BOE)도 지난 22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당초 0.25%포인트 인상이란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BOE는 0.5%포인트를 한꺼번에 올렸다. 금리 결정 전날 영국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7%로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자 내린 결정이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다"며 "경기 침체를 원하지 않지만,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나중에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같은날 기준금리를 연 3.75%로 0.5%포인트 올리면서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5월 물가상승률이 6.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내린 결정이다. 스위스 중앙은행도 이날 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초 금리 동결로 전환했던 캐나다와 호주는 이달 초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물가상승률이 반등하자 내린 결정이다.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4.0%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8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한 유럽중앙은행(ECB)도 "다음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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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최근 들어 전세계 각국이 긴축 움직임을 강화하는 것은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물가 상승률이 정점에 달한 것은 아니지만, 통화정책 결정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근원물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외 기관들도 긴축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경기 침체의 우려가 있지만 일단 물가와의 싸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타 코피나스 IMF 부총재는 "통화정책은 계속 긴축 기조를 유지한 뒤 핵심 인플레이션이 분명한 하락 경로에 있을 때까지 제한적인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또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까지 끌어내리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될 수도 있음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도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일단 당장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적은 분위기다. 다른 국가보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움직임이 크기 때문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을 재개한 국가들과 한국의 근본적인 차이는 인플레이션"이라며 "국내 물가도 근원물가가 덜 떨어지는 상황이지만, 한국은행의 예상 범위 내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물가로 인해 7월에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서 낮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 연준의 6월 기준금리 동결 이후 연준의 연내 2회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개를 들어서다. 특히 7월 말 미국이 금리를 다시 올릴 경우 한미 금리 격차는 현 1.75%포인트에서 2%포인트로 벌어져 역대 최대 금리차가 된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