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체계. 기재부 제공정부가 소멸 위기에 직면한 비수도권 지역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와 민간이 주도하는 투자 펀드를 운영하기로 했다.
12일 정부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는 공공부문의 '모펀드'와 민간의 '자펀드'로 구성된다.
지자체와 민간 주도로 프로젝트가 발굴되면 중앙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모펀드로 투자 마중물을 제공하고 대규모 민간자본을 활용하는 자펀드가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는 방식이다.
모펀드는 정부 재정과 지방소멸대응기금 그리고 산업은행 출자를 통해 조성된다.
자펀드는 지자체와 민간기업, 금융기관 등이 공동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결성한다.
전국 82개 군 중 69곳은 사망신고가 출생신고 2배 이상
정부가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를 운영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지역 투자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농어촌은 물론 지방거점도시조차 지역 활성화 효과가 미약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고 보조 증가와 지방소멸대응기금 신설에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 대규모 중앙 재원 이전으로 2018년 239조 원이던 지역 투자는 지난해 330조 원까지 늘었다.
그런데도 2019년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가 역전됐고 군 단위 등 농어촌 지역은 소멸 위기를 넘어 소멸이 현실화했다는 게 정부 평가다.
전국 82개 군 가운데 70개는 2021년 인구감소·관심지역으로 지정됐고 특히, 69개 군은 사망신고가 출생신고의 두 배 이상이다.
경남 합천군과 전남 곡성군은 출생신고 대비 사망신고 비율이 무려 9배에 육박했다.
정부는 그간의 지역 투자가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한 까닭이 단발적이고 소규모인 투자가 빈발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지역 간 형평 위주의 중앙정부 재정 지원과 한정된 지자체 재원 사정으로 인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없는 단발적·소규모 사업으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세부 구조. 기재부 제공"수익성 바탕으로 사업 선정…민간이 철저·면밀히 판단"
지자체보다 중앙정부, 시장보다 관 주도로 지역개발사업이 추진돼 사업 자체 지속가능성도 취약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자체의 사업기획 경험 부족과 지방사업 특유의 각종 리스크로 인해 민간이 지역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주요인으로 꼽혔다.
정부는 이에 민간의 사업기획력과 자본력을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에 적극 동원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게 정부 시각이다.
따라서 모펀드의 자펀드 출자, 자펀드 결성, SPC 설립, PF 대출 등 모든 단계에서 수익성을 바탕으로 사업성이 선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펀드 목적과 공익성을 크게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역 안배나 정치 논리 등과 무관하게 민간(시장)이 수익성 여부를 철저하고 면밀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종 파격적 혜택 부여…민간사업자 배만 불릴 가능성도
특히, 정부는 민간 참여 촉진을 위해 파격적 혜택도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모펀드 자금을 자펀드 후순위로 출자해 투자 리스크를 공공부문이 우선 부담하고, PF 대출에 특례보증을 제공해 낮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펀드 운영 방안에는 민간자본의 안정적 수익 확보 지원을 위해 시설 등 완공 후 그 일부를 지자체가 일정 기간 직접 이용하는 '수요 확약' 내용까지 담겼다.
정부는 지자체와 민간의 의사 결정 및 프로젝트 추진을 지연시키는 중앙과 지방의 각종 규제를 적극 개선하고 절차 등도 간소화할 예정이다.
공익성 확보와 관련해 지자체가 민간과 함께 사업 주체로 참여해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규모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익성보다는 수익성이 훨씬 강조되는 정부의 투자 펀드 운영 방안이 자칫 민간사업자 배만 불릴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1분기 중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 출시를 목표로 사업 발굴과 민간 투자 유치, 규제 개선, 펀드 조성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