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탁 기자보건의료노동조합이 13일부터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경남에서도 간호사 등 1300명이 참여했다. 이중 양산부산대병원에서는 사측이 선제적으로 환자 퇴원시키는 이례적인 조치를 하고 노조는 가장 많은 인원이 파업에 참여하는 식으로 맞받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환자 불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경남 양산부산대병원. 서울·수도권과 달리 지역에는 대형병원이 적어 평소 북새통을 이루는 병원이지만 이날만큼은 한산했다. 양산부산대병원이 본원인 부산대병원과 함께 노조 파업에 대비해 전날까지 환자 전원 퇴원과 의료 진료 축소 조치, 이날 파업 참여 등 때문이다. 퇴원 조치된 인원만 1천명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병원 측의 이례적 조치에 환자들은 퇴원 수속과 진료 등에서 혼란과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병원 측은 간호사 등의 파업참여로 의료공백에 따른 의료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사측이 인력 채용 등에 대해 노사 교섭을 게을리 해 발생한 결과라며 노사 양측이 물러설 기세가 없는 상태다. 극심한 대치 상황으로 경남에서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가장 많이 참여한 의료기관도 양산부산대병원이다.
이형탁 기자양산부산대병원과 본원 부산대병원까지 합치면 두 병원에서의 파업 참여 인원만 2~3천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경남에서 창원경상국립대병원과 본원인 진주경상국립대병원, 통영 적십자병원 등 파업에 참여한 의료기관 8곳(양부대 제외)을 전부 포함해도 수백 명이라는 점에서 보면 파업 참여 규모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노조는 이를 두고 인근지역에 있는 경상국립대병원 등 병원들은 노사 교섭이 비교적 원만히 이뤄지고 있어 파업 참여 인원 수 등에서 사전에 조율이 됐지만, 이곳 부산대병원 2곳에서는 사측이 인력 확충 등에 대한 노조 안을 수용하기를 완강히 거부하기 때문에 파업 참여 인원이 비교적 많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은 지난 5월부터 이뤄진 수차례의 노사 교섭에서 대안을 내놓지 않기 때문에 직원들이 분노를 해서 파업에 참여한 인원이 많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본원 부산대병원 측은 "교섭을 게을리 했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병원이 들어줄 수 없는 교섭안을 가지고 노조가 주장하는데 합의가 결렬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양산부산대병원 측은 "환자들 일부가 불편을 겪고 있는데 파업 탓에 어쩔 수가 없다"며 "중증 환자 등에 대해서는 필수 인력이 있어 진료를 보는데,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사의 강대강 대치 속에 환자들은 불안과 불편을 겪고 있다. 대장암 수술을 앞두고 이날 병원을 찾은 김모(61)씨는 "8월 수술을 앞두고 오늘 검진은 다행히 받았다"며 "그런데 파업이 길어지면 진료를 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사선 치료를 거의 매일 받는다는 윤모(53)씨는 "노사 간 합의를 하루빨리 이뤄내 환자들이 진료받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