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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토부안' 홍보전 뛰어든 양평군…"중복 서명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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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국토부안' 홍보전 뛰어든 양평군…"중복 서명도 괜찮아"

    범대위, 서울-양평고속道 재추진 서명운동
    양평군, 일부 부서별 관변단체에 참여 독려
    한 관변단체 임원 대화방 '중복 서명' 등장
    서명부에는 '강하IC 포함 사업 재추진' 표기
    별첨 설명자료에는 '강하, 강상' 구간 명시
    국토부 논리로만 일방적 여론 수렴 우려 제기
    "원안 양서면 종점 여론은 무시하는 것 아니냐"
    양평군 "참여 요청뿐…중복 서명 군청과 무관"
    범대위 지도부, 취재 관련 질의에도 '묵묵부답'

    A단체 임원 단체 대화방 내용. 독자제공 A단체 임원 단체 대화방 내용. 독자제공 
    '김건희 여사 특혜의혹'으로 백지화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재추진을 위해 경기 양평군 지역사회에서 종점 변경안을 전제로 한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양평군이 동원한 관변단체들의 홍보활동 과정에서 '중복 서명'까지 안내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복 서명으로 노선 변경안에 동의하는 인원이 부풀려지는 만큼, 지역 여론이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평군 독려에 관변단체 서명 '총력'…'중복 서명' 유도까지

     14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개 범군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지난 10일 발대식 이후 양평군과 분야별 지역 단체 등과 함께 '범군민 10만 서명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명부 상단에는 '강하IC를 포함한 사업 재추진'을 요구하는 게 목표로 제시돼 있다. 백지화를 철회하고 사업 재개를 촉구하는 명분을 내세워 주민들의 동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양평군은 일부 부서별로 관할하고 있는 단체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 참여를 독려해오고 있다. 대상 단체에는 복지급여 업무를 맡은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비롯해 이장협의회, 어린이집연합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오후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14일 오후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
    CBS가 입수한 A단체의 임원 단체 대화방 내용에 따르면,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양평군) 부서 협조 요청사항이다. 강하IC 포함한 서울-양평고속도로 재추진 범군민 10만 서명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미 서명했어도 중복 서명해도 상관없다고 한다"고 적었다. 제3자로부터 전해들은 '중복 서명도 가능하다'는 내용을 단체 지도부에 전파하며 서명인 수 확보에 적극 나선 것.
     
    이에 대해 A단체 한 관계자는 "군청 부서 요청을 받아 (서명 독려 글을) 올렸다고 들었다. 다른 사회복지 단체들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안다"라며 "예산 지원받는 단체들이 당연히 군청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양평군 부서 관계자는 "(우리 부서가) 단체에 공문을 보내거나 정식으로 협조를 요청한 것은 아니고, (단체가) 지역을 위해 고속도로가 개통하도록 서명에 동참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라며 "서명에 같이 참여하자고 했을 뿐이지 중복 서명까지 얘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안' 전제로 서명운동, 여론 '왜곡' 우려↑

    범군민 10만 서명운동 서명부. 독자 제공범군민 10만 서명운동 서명부. 독자 제공
    이처럼 중복 서명까지 도모해가며 열을 올리는 과정에서 서명부만 확인한 주민 입장에서는 핵심 명분을 '사업 재추진'으로 인지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국토부 논리에 따른 '강상면 종점안'을 전제로 삼고 있다는 사실은 별도 배포된 '설명자료'를 봐야만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얼핏 서명부 문구(강하IC를 포함한 사업 재추진)만 봤을 경우, 서명의 근거 내용이 '변경안'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재추진에 동의'하는 의미로 서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7장 분량의 해당 설명자료를 보면 사업구간의 종점은 '양평(강하, 강상)'이라고 적혀 있고,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통과한 원안과 변경안을 비교하면서 변경안의 장점을 부각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주민 편의성' 항목과 관련해 예타안은 '지역 내 IC(나들목) 미설치'라고 부정적 내용만 적혔지만, 변경안에는 '종점부가 양평군 중심 인근에 위치해 전체 지역 고려 시 유리'라고 긍정적인 내용만 담겼다. '환경성'에 대해서도 예타안은 '불리', 변경안은 '상대적 양호'로 표현됐다.
     
    양평군청 도로과에서 제작한 설명자료에 사업구간으로 '강하, 강상'이 적혀 있다. 문서 캡처양평군청 도로과에서 제작한 설명자료에 사업구간으로 '강하, 강상'이 적혀 있다. 문서 캡처
    그러나 당초 군이 지난해 7월 국토부에 제안했던 3개 대안 노선 중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한 '제1안'인 양서면 종점을 유지하면서 강하IC를 만드는 방안은 빠져 있다.
     
    원안 종점으로 IC를 만드는 대안을 자료에서 제외함으로써 '원안보다 변경안이 적합하다'는 취지의 한쪽 방향으로만 주민 동의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예타안을 기준으로 '양서면 종점안'을 원하는 주민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강하IC 필요성을 근거로 김 여사 일가 특혜의혹에 휩싸인 노선 변경안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일종의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균형 잃은 서명운동'으로 자칫 군 전체 여론이 강상면 종점을 원하는 것처럼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양서면의 한 주민(50대)은 "처음 서명부만 봤을 때 '사업 재추진' 동의인줄 알았는데, 뒤늦게 설명자료를 보니 종점이 강상면으로 돼 있었다"며 "범군민 서명운동이라고 하면서 이미 한쪽으로 정해놓고 서명부터 받는 것 자체가 균형을 잃었다. 양서면 종점을 원하는 주민들을 바보로 아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양서면 두물머리 인근 주민(60대)은 "교통지옥인 두물머리 교통체증 해소하려고 시작됐던 사업인데 예타 조사까지 마친 국책사업 목적은 왜 무시되는 건가"라며 "원안 추진을 바라는 여론은 외면하고 군청이 노선 변경 여론 조성에 앞장서는 것은 정치적으로 주민들만 갈라놓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양평군 "참여 요청했을 뿐…중복 서명 논란 군과 무관"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 재개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난 10일 오후 경기 양평군청 앞에 사업 재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양평=박종민 기자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 재개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난 10일 오후 경기 양평군청 앞에 사업 재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양평=박종민 기자
    이에 대해 양평군은 '지역을 위해 서명 참여를 독려했을 뿐이다'라는 입장이다. 또 중복 서명 논란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사안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양평군 도로과 관계자는 "서명운동은 범대위 주관이고 군에서는 양평을 위한 일이라 부서별로 (자율적 판단에 따라) 참여를 요청하고 있을 뿐이다"라며 "범대위에 이미 관변단체들이 다수 들어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복 서명은 하면 안 되는데 어떤 경위로 전달됐는지는 알 수 없다"라며 "(설명자료에) 기존 1안(강하IC 포함된 양서면 종점안)을 넣지 않은 것은 국토부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주민들에게 제시하면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CBS는 이번 사안에 대한 서명운동 주체인 범대위 지도부 측 의견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로 질문을 보내고 여러 번 통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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