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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더랜드'도 사과…거듭돼 온 드라마 속 타 문화 희화화



문화 일반

    '킹더랜드'도 사과…거듭돼 온 드라마 속 타 문화 희화화

    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 7회에는 '세계 13위 부자 아랍 왕자'로 묘사된 사미르라는 인물이 나왔다. 앤피오엔터테인먼트, 바이포엠스튜디오, SLL 제공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 7회에는 '세계 13위 부자 아랍 왕자'로 묘사된 사미르라는 인물이 나왔다. 앤피오엔터테인먼트, 바이포엠스튜디오, SLL 제공'세계 부자 순위 13위 아랍 왕자'. 지난 8일 방송한 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 7회에 등장한 사미르(아누팜 트리파티)에 관한 설명이다. 극중 구원(이준호)은 영국 유학 시절 사미르를 알게 됐으나 둘은 서로를 못마땅해하는 앙숙 사이. 대규모 사업 계약 체결 등 큰 경제효과가 기대되는 대부호의 방문에 호텔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구원은 킹호텔에 사미르를 초대한다.

    구원의 '요청'으로 킹호텔에 오게 된 만큼, 사미르는 '거절 없이 모든 것에 OK 하겠다'라는 계약 조항을 빌미로 구원을 골탕 먹인다. 그러다가 환영 행사에 나온 킹호텔 친절 사원이자 구원과 조금씩 가까워지며 애정을 키워가고 있는 천사랑(임윤아)을 보고 반한다. 엄청난 부를 자랑하고 구애에도 적극적인 사미르의 존재는 구원의 질투심을 자극하고, 천사랑을 향한 마음을 되새기는 계기가 된다.

    아직 마음을 완전히 굳히지 못해 고백을 망설이는 두 사람 사이에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나 사랑을 자각한다는 전개는 흔하다. 문제는 사미르를 '아랍 왕자'라고 설정하고는 부적절한 묘사를 했다는 데 있다. 사미르는 양옆에 여성들을 끼고 술을 마시며 구원의 초대 전화를 받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금세 반하는 등 가벼운 호색한으로 그려졌다.

    당장 아랍권을 중심으로 해외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이 나왔다. 아랍 시청자들은 '킹더랜드'에서 그려진 사미르의 모습은 아랍인들과는 무관하다며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장면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든 건 '킹더랜드' 측 대응이었다. 타 국가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희화화해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질타가 이어졌음에도, '킹더랜드' 제작진은 지난 10일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지역, 지명은 모두 가상의 설정이다. 특정 국가의 왕자로 묘사하지 않았다"라는 짧은 입장만을 내놨다.

    무성의한 대처에 반발이 더욱 거세졌고, 킹더랜드 측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지역, 지명 등은 가상의 설정이며, 특정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왜곡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 제작진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며, 시청에 불편함이 없도록 더욱 섬세한 주의를 기울여 제작하겠다"라고 2차 입장을 발표했다.

    특정 문화 왜곡 의도가 없었다면서도 '사과'하지 않던 '킹더랜드' 측은 지난 12일에야 제작사(앤피오엔터테인먼트, 바이포엠스튜디오, SLL)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킹더랜드' 제작사는 "특정 국가나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왜곡할 의도가 전혀 없었으나 타 문화권에 대한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함을 끼친 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경험, 배려가 많이 부족했음을 통감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양한 문화권의 시청자들이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며 "영상의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신속히 최선의 수정을 진행할 계획이며 제작진은 앞으로 시청에 불편함이 없도록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제작하겠다"라고 전했다. 이 사과문은 영어와 아랍어로도 작성됐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사미르 역을 연기한 아누팜의 인스타그램에는 해외 팬들의 분노에 찬 과격한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드라마 내용 때문에 배우가 피해를 보고, 논란 한가운데서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죽어야 사는 남자'부터 '수리남'까지

    위쪽부터 MBC '죽어야 사는 남자'와 SBS '펜트하우스 3' 포스터. 각 방송사 제공위쪽부터 MBC '죽어야 사는 남자'와 SBS '펜트하우스 3' 포스터. 각 방송사 제공한국 드라마에 타 문화를 우스꽝스럽게 그리거나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나온 경우는 그동안에도 숱하게 있었다. 2017년 방송한 MBC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는 여성이 히잡을 쓴 채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나오거나,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 옆에 발을 올리는 장면이 전파를 타 '이슬람 문화를 비하한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제작진은 '죽어야 사는 남자'가 가상의 보두안티아국을 배경으로 제작됐으며 등장인물, 인명, 지역, 지명 등이 픽션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아랍 및 이슬람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악의적으로 왜곡할 의도는 없었다. 부적절한 묘사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라며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분들께 사과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큰 인기를 끌어 2021년 시즌 3까지 나왔던 SBS '펜트하우스 3'에서는 로건 리(박은석)의 쌍둥이 동생 알렉스 리가 레게머리에 문신하고 이빨을 각종 금붙이로 치장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 같은 외양 묘사가 흑인 정체성이 담긴 스타일을 충분히 이해하거나 존중하지 못한 채 이루어졌다는 비판이 해외 팬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문화적 도용'이라는 문제 제기였다.

    해당 장면을 연기한 배우 박은석이 먼저 영어 입장문으로 진화에 나섰다. 박은석은 "그 캐릭터의 어떤 모습도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에 해를 끼치거나, 조롱하거나, 무례하게 하거나, 낙담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라며 "조롱보다는 문화에 대한 찬미였지만 그 접근법이 문화적 도용(문화적 전유· Cultural Appropriation)에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사과했다. 제작진은 사흘 후에야 "특정 인종이나 문화를 희화화할 의도는 없었다"라는 입장만을 내놨다.

    같은 해 방송한 SBS '라켓소년단'은 인도네시아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극중 한세윤(이재인)의 인도네시아 대회 당시, 지도자인 팽 감독(안내상)이 인도네시아 측에 "정말 X매너"라고 항의하는가 하면, 한국 팀에게는 "에어컨도 안 나오는 다 낡아 빠진 경기장에서 연습하라고 한다"라고 불만을 터뜨리는 모습이 나갔기 때문이다. 한세윤이 실수하자 인도네시아 관중들이 야유했고, 이에 코치진이 "X매너 아니냐" 등의 표현으로 관중 태도를 지적한 장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라켓소년단' '빅마우스' '수리남' '작은 아씨들' 포스터. 각 방송사, 넷플릭스 제공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라켓소년단' '빅마우스' '수리남' '작은 아씨들' 포스터. 각 방송사, 넷플릭스 제공'라켓소년단' 제작진 역시 "특정 국가나 선수나 선수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한 장면들에 사과드린다. 추후 방영분에서는 연출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겠다"라고 전했다. SB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댓글로 알린 입장이었다.  

    지난해에도 타 문화 왜곡 및 비하 사건이 계속됐다. MBC '빅마우스'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힌 박창호(이종석)가 연쇄살인범 사형수에게 "네 엄마는 너 같은 사이코 낳고 도대체 뭘 드셨냐. 똠얌꿍?"이라며 심기를 거스르는 장면으로 구설에 올랐다. 중범죄자를 비꼬기 위한 장면에 태국식 새우탕인 똠얌꿍을 언급함으로써 태국과 태국인을 비하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베트남전에 참전한 장군 출신 원기선(이도엽)이 한국 군인이 베트콩 병사 20명을 죽일 수 있고 어떤 군인은 100명까지 죽였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전에 관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며 방영 중단을 요청했고, 결국 '작은 아씨들'은 베트남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중단했다. 제작사는 "향후 콘텐츠 제작에서 사회적-문화적 감수성을 고려해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은 마약왕 조봉행 실화를 바탕으로,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업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때 수리남 정부는 마약 거래를 도와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부패한 정권으로 묘사된다.

    이에 수리남 정부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수리남' 제작사를 상대로 법적 조처를 예고했다. 수리남 정부는 "표현의 자유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라면서도 수십 년 동안 나라 이미지 쇄신을 위해 노력했는데 '수리남'이 수리남을 국가로 묘사해 이미지가 손상됐다는 게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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