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열려는 노동계 숙원이 또다시 무산됐다.
1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올해 9620원보다 240원, 2.5% 인상된 9860원으로 하는 '2024년도 최저임금안'을 의결했다.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26.9%나 오른 1만 2210원을 제시했던 노동자위원 측은 이후 후퇴를 거듭해 2210원이나 낮춘 딱 1만 원을 최종안으로 제시했지만 이마저 거부당했다.
위원회가 노동자 측 최종안과 사용자위원 측 최종안 9860원을 표결에 부쳐 사용자 측 안을 내년 최저임금안으로 채택한 것이다.
애초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9620원으로 동결할 것을 주장했던 사용자 측이 최종안까지 상향한 액수는 240원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공익위원 9명 가운데 거의 전부인 8명이 사용자 측 편을 들면서 노동자 측의 최저임금 1만 원 희망이 속절없이 꺾였다.
노동계는 이번 최저임금 심의에서 정부의 심의 개입 의혹과 위원회 운영의 독립성 및 중립성, 공정성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했다.
위원장과 공익위원 측 "노·사·공익 동수 복구" 노동계 호소 외면
2024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19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모니터에 표결 결과가 게시되어 있다. 오른쪽은 박준식 위원장. 연합뉴스결국 표결로 막을 내린 이번 최저임금 심의 과정은 노동계의 의혹과 문제 제기가 일방적 주장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원래 위원회 표결에는 노와 사, 공익 위원이 각 9명씩 동수로 참여한다. 그런데 이번 심의에서 노동자 측은 8명만 표결에 참여할 수 있었다.
포스코 하청업체 노동자 지원에 나섰다가 구속된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위원의 품위를 훼손했다'며 초유의 노동자위원 해촉을 감행한 탓이다.
김준영 사무처장을 대신할 새 위원이 추천됐지만, 노동부는 '같은 혐의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해 결국 노동자위원 정원은 8명으로 1명이 줄었다.
표 대결에서 사용자 측에 절대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결과적으로 정부 개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를 박준식 위원장 체제의 최저임금위원회가 사실상 수수방관했다는 점이다.
노동자위원 측은 심의가 열릴 때마다 '노·사공익 동수 원칙' 훼손을 복구할 대책 마련을 박준식 위원장에게 호소했지만, 박 위원장과 공익위원 측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발 "최저임금 9800원 선" 기사 내용도 현실화
2024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19일 오전 회의를 마친 근로자위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최종안 표결에서 공익위원들이 대거 노동자 측에 등을 돌린 만큼 설사 노동자위원이 9명 정원을 유지했더라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위원회 지형이 정부에 의해 노동자 측에 불리하게 바뀌는데도 공정성 등 확보에 앞장서야 할 위원장과 공익위원 측이 뒷짐을 졌다는 사실이 드러내는 문제의 심각성은 변하지 않는다.
정부 고위 관계자 등 발로 "내년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9800원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둥 기사 내용도 결국 현실이 됐다.
공익위원들에게 정부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노동자 측이 제기한 근거였다.
노사 최종안 표결 직후 노동자위원 간사인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독립성을 상실한 들러리 위원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 박희은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 원에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는 공익위원들을 확인했다"며 "결국 '답정너'로 끝난 최저임금 결정이 모든 저임금 노동자의 꿈을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2024년 최저임금 심의는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바라는 노동자 측에 또 한 번 깊은 좌절을 안겼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독립성과 중립성, 공정성 훼손 논란으로 최저임금위원회가 받은 타격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