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게니 프리고진. 연합뉴스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반란 이후 처음으로 영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을 통해 벨라루스에 도착한 바그너 용병들을 환영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로이터는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반란 이후 프리고진의 행방에 대한 첫 번째 비디오 증거라고 설명했다.
비록 어두운 곳에서 촬영한 탓에 프리고진의 얼굴이 뚜렷하게 나오진 않았다. 다만 실루엣과 말투 등으로 영상 속 인물이 프리고진임을 짐작케 한다.
그는 "벨라루스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명예롭게 싸웠고 여러분들은 러시아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치하했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우리가 관여할 필요가 없는 치욕"이라면서 "아마도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수치스럽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어떤 시점에 특별군사작전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벨라루스 군대를 세계 두 번째의 군대로 만들 것이고, 필요하다면 그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첫 번째의 군대가 자신의 모국인 러시아를 언급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프리고진은 병사들에게 현지인들을 잘 대하라고 하면서 '아프리카로의 새로운 여행'을 위해 힘을 모으라고 요구했다. 아프리카는 그동안 바그너그룹이 각국 정부를 지원하는 대가로 여러 이권을 챙겨온 주무대다.
프리고진에 이어 그의 최측근이자 바그너그룹을 공동 설립한 드미트리 우트킨은 "이것은 끝이 아니고 곧 시작될 세계 최대 작업의 시작일 뿐"이라고 한 뒤 영어로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등 전과를 올렸으나, 그 과정에서 군부가 자신을 견제하려고 탄약을 주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등 러시아 군 지휘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달 23~24일 무장반란을 일으켰다.
그는 돌연 반란을 중단한 뒤 벨라루스로 넘어갔으며 현재는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최근 바그너 용병들이 수도 민스크 인근 소도시 아시포비치 주변에 세워진 캠프에서 벨라루스 군인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고, 프리고진이 해당 캠프에 머무는 모습도 사진으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