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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자산 전개에도 과거와 다르다…'강대강' 구속돼 가는 北?

국방/외교

    전략자산 전개에도 과거와 다르다…'강대강' 구속돼 가는 北?

    핵심요약

    과거 한미연합훈련·전략자산 전개에는 앞뒤에 시간차 두고 반발
    지난해부터 기조 바뀌었다? 전개 중에도 미사일 발사 등 감행
    강대강 대치 끝에 전쟁 일어난다면 북한이 열세인데, 왜?
    이유 ① 북한이 느끼는 실제적인 안보 위기감
    핵무기 보유 이유로 내세우는 '미국의 핵 위협' 다가와
    이유 ② '강대강' 계속할 수밖에 없는 구도에 구속돼
    하노이 이후 '제재 해제' 대신 '자력갱생' 선언, 핵무력 증강 추진
    신냉전 구도까지 겹치면서 결과적으론 자기실현적 예언?
    '안정-불안정 역설'처럼 소규모 무력충돌 가능성 그만큼 높아져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SSBN 켄터키함. 국방일보 제공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SSBN 켄터키함. 국방일보 제공
    북한은 20일 저녁 강순남 국방상 담화를 통해 지난 18일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와, 오하이오급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SSBN) 부산 기항이 "국가 핵무력정책 법령에 밝혀진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는 데 대하여 상기시킨다"고 반발했다.

    2022년 9월 북한이 발표한 국가 핵무력정책 법령, 즉 핵 독트린은 6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되였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강 국방상의 담화는 핵무기를 탑재한 SSBN 전개가 '핵무기 공격 임박'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협박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이는 과거와 패턴이 다르다. 과거 한미연합훈련은 물론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항공모함 등의 전략자산이 전개됐을 때, 북한은 일단 두고 보다가 훈련 또는 전개 앞뒤에 반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훈련이 끝난 뒤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한반도에 전개됐을 때, 북한은 레이건함이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바로 그 동해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는 등 수위를 높여 대응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같은 해 10월에는 화성-12형으로 추정되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일본 열도 상공을 넘겨 태평양으로 날린데다, 그 뒤로 북한 상선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고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며 방사포(다연장로켓) 사격을 하는 등 실제 군사적 긴장을 높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SRBM이 등장했는데,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550km를 쏴 날리는 식이었다. 순안국제공항에서 부산 해군작전기지까지의 거리가 바로 550km 정도라는 점에서 미사일로 메시지를 보내고, 이어서 국방상 담화를 통해 '강대강'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국방부는 21일 오전 입장을 내고 "한미가 NCG를 개최하고 SSBN을 전개한 것은 북한의 주장처럼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모의나 핵위협이 아니라 북한이 지속하고 있는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동맹의 정당한 방어적 대응조치"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북한의 핵 개발 및 미사일 도발은 다수의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불법적 행위로, 북한은 불법적인 핵무기 선제공격을 포함하는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하고 실제 핵무기 선제공격훈련과 한미동맹에 대한 핵공격 위협을 반복하고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19일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이번 발사는 한미 간 새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출범과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 입항에 반발하는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연합뉴스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19일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이번 발사는 한미 간 새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출범과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 입항에 반발하는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그런데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 있다. NCG 개최와 SSBN 전개의 표적이 바로 자신들임을 북한이 모를 리가 없으며, 북한의 핵전력은 미국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열세에 처해 있다. '강대강'의 기조는 전쟁 발발이 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실제 전쟁이 발발한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대강 기조를 계속하는 데는 일정한 이유가 있을 터다.

    첫 번째로 꼽히는 이유는 실제로 안보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른바 피포위 의식(siege mentality) 하에서 북한은 미국의 핵 위협을 핵무기 보유의 이유로 삼아 대내외에 선전해 왔다. 이 논리대로라면 한미가 핵무기 사용 방법을 함께 협의하는 NCG에 더해, 북한 전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위력의 SSBN 기항은 북한 입장에선 매우 심대한 위협이 된다. '핵 독트린'을 들먹이며 핵무기 사용을 시사하는 이유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해당 경고는 현재 북한이 느끼고 있는 안보위기감의 높고 깊은 수준과 정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김여정 부부장의 연속적 담화, 강순남 국방상의 담화는 북한이 이전과는 질적으로 결이 다른 안보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이 감지된다"고 했다.

    그는 "SSBN은 기본적으로 선제공격용 무기는 아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다른 전략무기와 달리 선제적으로, 실효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전략무기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오하이오급 SSBN에 장착된 트라이던트 2 SLBM으로 자신들을 은밀·신속하게 타격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북한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이유의 연장선상인데, 북한 내외적으로 '강대강'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가고 있다는 얘기다.

    2019년 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그 해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선언하며 '더 이상 제재 해제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을 선언했다. 하노이까지는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맞바꾸려 했지만 이제 그러지 않겠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북한의 최대 정치행사인 2021년 초 8차 노동당 대회에서도 정해진 원칙이기도 하다.

    더욱이 2022년 말 진행된 당 중앙위 8기 6차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는 "국제관계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는 데 맞게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가 국위제고, 국권수호, 국익사수를 위하여,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철저히 견지해야 할 대외사업원칙이 강조되였다"는 문장이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미중·미러 갈등이 계속되는 신냉전 상황에서 미국과 협상해 뭔가를 얻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구도 속에서 북한은 중러와 더욱 밀착하는 한편, 이미 이런 기조를 본격화했기 때문에 '말한 대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강대강 대치를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본래 모호한 수사로 빙빙 돌려서 선포하게 마련인 핵 독트린이 북한의 경우엔 매우 공세적인 성격을 띠는 이유도 설명이 된다.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2021년 이후 핵무력 증강을 위한 각종 계획들을 진행해왔고, '핵대국'을 완성하기 위한 조치들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각종 담화나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천명했는데, 이는 북한의 선택지를 점점 구속하고 있다"며 "미국에 대해 양보적인 자세로의 협상 제기가 어려운 자기실현적 예언의 성격을 띄게 되는데, 자원이 제약되는 북한이 이러한 경로종속성을 보이는 것은 북한의 내구력 유지에 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오판 등의 가능성이다. 핵보유국 사이에선 핵무기를 동원한 전면전이 일어나지 않는 대신 소규모 재래식 분쟁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안정-불안정 역설(stability-instability paradox)'에서 엿볼 수 있듯, 이같은 상황에서 남북간 무력충돌은 언제든 발발할 수 있으며 그 대가는 바로 우리가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과거에는 대규모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상황에서 남북한 모두 훈련 등 군사적 움직임을 자제했지만, 현 단계에서 한미와 북한은 상대방에 대해 즐기는 듯 군사적 행동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군비경쟁의 일상화는 한미동맹 강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한반도 긴장 고조로 귀결되며 부담은 남북한 주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임을출 교수도 "문제는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지금처럼 가속도를 붙여 북한을 군사적으로 더 압박하고 코너에 몰 경우 북한 측이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리수인데, 이는 끔찍한 핵 충돌 시나리오 현실화의 촉매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며 "코너에 몰린 북한으로서는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유지하고, 김정은의 권위를 필사적으로 옹호하기 위해서도 말로만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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