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기자"수업 중 학부모에게 폭언과 함께 폭행 위협을 당했어요", "학부모가 술을 마시자고 합니다"
서울 서이초 새내기 교사의 사망을 계기로 학부모의 교권 침해 문제가 최근 사회적인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런데 학부모의 갑질과 악성 민원 등으로 고통 받는 교사들의 사정은 충북지역도 매한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는 27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교사들이 학부모들로부터 겪는 악성 민원 사례 등을 소개하며 대책 마련을 교육당국에 촉구했다.
전교조 충북지부에 따르면 도내 한 교사는 자신의 자녀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얼토당토않은 억지를 부리며 수업 중 교실에 난입한 제자의 아버지로부터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심한 폭언과 함께 폭행 위협을 당했다.
해당 학부모는 이후에도 자신의 저지른 행위는 빼놓은 채 학교와 교육청에 지속적인 이른바 '폭탄 민원'을 넣는 것으로 괴롭힘을 이어갔다.
교사는 현재 휴직을 하고 심리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으로 약물과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전교조가 소개한 진상 학부모들의 갑질 행태는 매우 다양했다.
도벽이 있는 학생을 가르치자 '촌지를 주지 않아 그러냐'며 학부모가 학교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학부모가 교사에게 사적으로 '술을 마시자'거나 '돈을 빌려 달라'고 연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또 견딜 수 없이 아파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간 교사에게 학부모가 밤늦게 술을 마시고 전화를 해 조퇴를 했다고 따지는가 하면, 쉬는 시간에 학부모와 공적인 사유로 문자를 주고받는 일도 근무 중 딴짓을 했다며 시비를 걸어오기도 했다.
심지어 교사가 반지를 끼고 있어도 아이들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며 학교에 민원을 넣은 경우도 있었다고 전교조 충북지부는 전했다.
특히 학부모가 교사를 괴롭히는 흔한 형태 중 하나는 아동학대 신고 협박이다.
한 교사는 자녀 진학에 지장을 생길 것을 우려한 학부모로부터 학생부의 '지각' 기록을 지워줄 것을 요구받았다 거절했다가, 지각한 학생에게 "내일은 일찍 등교하라"고 했던 말을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또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사과 요구를 거부한 한 교사는 결국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했고, 한달여 간 각종 조사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낸 뒤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전교조 충북지부는 "법과 제도의 부재로 인한 비극적 참사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라"며 "정당한 교육활동 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교육당국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관리자 등으로부터 교사가 보호받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교권침해 발생 시 교권보호위원회 개최와 2차 피해 예방 조치', '학교장 책무를 명시한 교육활동 보호조례 제정' 등 17개 항의 요구안을 도교육청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