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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은 왜 집회·시위 단속, 처벌 강화를 지시했을까[권영철의 Why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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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은 왜 집회·시위 단속, 처벌 강화를 지시했을까[권영철의 Why뉴스]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출연 : 권영철 대기자

    대통령실 집회·시위 법령 개정 권고, 권고일까? 지시일까?
    대통령실 권고의 핵심은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 강화'
    윤 대통령 5월 23일 국무회의에서 민주노총의 노숙집회 강도 높게 비판
    집회 시위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 절차를 지켜서 개정논의해야


    ◇정다운> 대통령실이 집회·시위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정부에 권고하면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지시를 한 건지 권영철 대기자와 자세히 짚어 보겠습니다.
    권 대기자, 대통령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고치라고 한 건가요?
       
    ◆권영철> 집시법과 시행령을 개정해서 네 가지 정도를 바로 잡으라는 겁니다.
       
    ①시민의 이동권을 제한하는 출퇴근 시간대에 대중교통 이용방해 및 주요도로를 점거하는 집회 시위.
    ②국민의 건강, 휴식, 학습을 저해하고 심할경우 질병까지 야기하는 확성기 등을 활용한 지나친 소음 시위 및 집회.
    ③공공질서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큰 심야·새벽 집회.
    ④국민의 건강 휴식과 학생들의 학습권, 안전을 저해하는 주거지역이나 학교의 인근 집회.
       
    이런 집회에 따른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 개정과 그에 따른 후속조치로서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정다운> 집회·시위의 시간이나 장소를 통제하겠다는 건가요?
       
    ◆권영철> 그건 아닙니다. 심야시간 집회를 제한하거나 장소를 통제하는 건 법률을 개정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법률은 여소야대 국면이고, 집시법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져 왔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걸 대통령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강승규 시민사회 수석도 "집회·결사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집회 금지 시간과 장소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를 거칠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다운> 그럼 권고의 핵심이 뭔가요? 뭘 어떻게 하라는 고치라는 건가요?
       
    ◆권영철> 불법적인 집회시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라는 겁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집회·시위 제도개선 국민참여토론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집회·시위 제도개선 국민참여토론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승규 수석의 브리핑 내용 들어보시죠.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가장 많은 점을 감안하여, 법령 개정 및 이행방안 마련에서 벌칙 규정 미비점 보완 등 단속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토록 요청했습니다."
       

    ◇정다운> 강승규 수석은 '권고, 요청'이라고 했지만 이건 사실상 지시 아닌가요?
       
    ◆권영철> 공직자 중 강 수석의 발표내용을 권고나 요청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정다운 앵커는 집시시위관련 법령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보면서 기시감이 들지 않던가요?
       
    ◇정다운> 어떤 기시감 말인가요?
       
    ◆권영철> 얼마전 'TV 수신료 분리징수안' 발표 때도 '권고'였지 않습니까?
       
    그 때도 강승규 수석이 6월 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분리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그에 따른 후속조치 이행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라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 달여 뒤인 7월 12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일사천리로 이뤄졌습니다. 심지어 입법예고기간이 평소 40일이던 것을 열흘로 줄이면서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결국 집회·시위관련 시행령 개정도 경찰에서 신속하게 추진할 걸로 예상 됩니다.
       
    ◇정다운> 대통령실이 왜 집회·시위 관련 법령 개정에 나선 걸까요?
       
    ◆권영철> 결정적인 계기는 5월 16일과 17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벌어졌던 민주노총의 1박2일 노숙집회 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지난 5월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열사정신 계승 전국건설노조 총파업대회'에 참가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지난 5월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열사정신 계승 전국건설노조 총파업대회'에 참가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3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노총의 집회를 비판했는데 그 내용 들어보시죠.
    "지난주 1박 2일에 걸친 민노총의 대규모 집회로 인해 서울 도심의 교통이 마비되었습니다. …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께서 용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탓을 했습니다. 이 대목도 들어보시죠.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불법 시위에 대해서도 법집행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 확성기 소음, 도로점거 등 국민들께서 불편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전후해서 당정간 집시법 개정 논의를 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2009년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심야 옥외집회 관련 입법불비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정다운>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바뀌게 될까요?
       
    ◆권영철> 집회와 시위 관련해서 지금의 제도 중 곧바로 개정할 내용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겁니다. 심야시간 집회시위에 대해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집시법을 바꿔야 하는 사안이고요.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건 확성기를 이용한 소음기준을 강화하는 방안과 출근길 집회 시위인데, 소음기준을 어느 정도를 할 것이냐 하는 건 일상생활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경찰청에서도 2020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서 소음기준을 강화했습니다.
       
    오전 0시부터 7시까지 심야 시간대의 주거지역․학교․종합병원 인근 집회소음은 현행 60dB(데시벨)에서 55dB로 강화되었고요.
       
    또, 최고 소음도는 기준을 새롭게 도입해서 시간대·장소에 따라 75~95dB이 적용되며, '1시간 이내 3회 이상 기준 초과' 시 위반이 되고, 이 경우 경찰관서장은 '소음 유지' 또는 '확성기 등 사용중지' 등을 명할 수 있으며, 이를 위반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거부․방해한 경우 처벌 대상이 되도록 했습니다.
       
    지난 5월 3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서울 태평로 일대에서 열린 경고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 병력이 이동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지난 5월 3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서울 태평로 일대에서 열린 경고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 병력이 이동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정다운>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데 이렇게 밀어붙이는 식으로 개정해도 되는 겁니까?
       
    ◆권영철> 앞으로 경찰청이나 국무조정실에서 어떤 내용으로 어떤 방식으로 개정을 추진하는 가에 따라서 논란이 일 걸로 보입니다.
       
    집시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집회시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와 집회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는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표현의 중요성을 고려해서 봐야 하는데 불편함만 강조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법치를 강조하지만 절차의 중대성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는 겁니다.
       
    양홍석 변호사의 말 들어보시죠.
    "윤석열 정부의 법치라는 게 법이 갖고 있는 가치를 지키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갖다가 구현해내기 위한 어떤 도구 비슷하게… 그걸 법치를 갖다가 자꾸 그런식으로 호도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집시법 관련해서도 방향에 대한 의견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고 찬반 논의를 해볼 순 있는데, 그 절차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 자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선임간사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불편이나 도로가 막히거나 소음이 발생하는 필연이라면서 이는 '민주적 비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간사의 말도 들어보시죠.
    "사실 집회 시위의 자유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도로 불편이나 도로 교통이 막힌다거나 소음이 발생한다거나 이런 것은 필연적이거든요. 집회라고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집회를 개최하는 측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니까요. 많은 사람이 세를 과시해서 의견을 표출하고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한 방법인 거잖아요. 그래서 집회를 행사하면 필연적으로 소음이 발생하고 타인에게 불편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이나 헌재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런 불편들은 사실 민주적 비용이다. 그래서 시민들이 좀 참아야 된다'라는 내용으로 판시를 했어요."

       
    ◇정다운> 그렇지만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사실상 지시를 했으니 집시법 관련 시행령 개정에 들어가겠죠?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권영철> 그럴겁니다. 윤석열 정부의 스타일은 특수부 검사가 수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목표를 정하면 주저 없이 밀어붙이는 겁니다. TV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렇지만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헌법 21조에 분명하게 명시돼 있습니다.
       
    [헌법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오늘 인권연대에서 논평을 냈는데 이런 내용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마저 어떻게든 제한하려고 한다. '집회·시위 허가제' 부활을 꿈꾸는 것 같다. 목적, 과정 모두 엉터리이고, 헌법 파괴적이다"라고 질타했습니다.
       
    ◇정다운> 권 대기자는 요즘 집회시위 현장에 가보셨나요?
       
    ◆권영철> 지나다니다가 몇 번 본적이 있습니다.
       
    ◇정다운> 이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게 있나요?
       
    ◆권영철> 경찰의 태도가 바뀐 걸로 봤습니다.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에서 집회시위관련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핵심이 집회와 시위를 대하는 경찰의 기본자세를 바꾸자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집회나 시위를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통제하거나 감시하던 것을 '보호하고 보장'하는 걸로 패러디임을 바꾸자는 것이었습니다.
       
    집회·시위 현장에 출동해서 시위대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시위대 바깥을 보면서 행인과 시위대의 마찰이나 충돌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의 시위대응 기조가 그렇게 바뀌다가 코로나19 시기에 집회 시위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집시 대응 기조가 다시 과거의 방식, '관리하고 대응'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엄정한 법집행을 연일 주문하고 있으니 경찰이 강경대응으로 나서지 않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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