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A씨는 5인 미만 사업장인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표는 A씨가 '일에 대한 확신이 없어 보인다'며 구두로 해고했다. A씨는 고용노동부에 문의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면 부당해고로 다룰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상황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B씨는 단둘이 저녁을 먹자는 5인 미만 사업장 소장의 지속적인 제안을 여러 차례 거절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응했다. 소장은 '데이트 하자'는 말도 서슴지 않았고, 강제로 불쾌한 신체적 접촉을 했다. B씨는 결국 성추행으로 소장을 고소했고, 소장은 벌금 500만 원에 처해져 신상 정보 등록까지 됐다. 하지만 사업주는 5인 미만 사업장인 점을 악용해 피해자인 B씨를 마음대로 해고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6명 이상이 해고·임금 문제를 겪는 등 생존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30일 직장갑질119가 2020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3년 6개월 동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받은 이메일 제보 216건을 분석한 결과, 해고·임금 문제를 겪고 있는 147건으로 전체의 68%에 달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해고 관련 근로기준법 규정 일부를 적용받지 않는다. 따라서 사업주가 30일 전 해고하겠다고 미리 알리거나, 30일 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하기만 하면 마음대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 노동자는 억울한 사유로 해고를 당해도 구제 신청을 할 수 없다.
실제로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5인 미만 사업장 차별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 1월 이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해고를 당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18.3%로,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9.9%)의 두 배에 달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10명 중 4명 이상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기도 했다. 설문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격권 침해를 겪었다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100명(46.2%)에 달했다.
괴롭힘이 잦은 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근로기준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고를 해도 고용노동부의 구제를 받을 수도 없다.
그러다보니 괴롭힘을 경험한 이후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둬버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45.7%로,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17.7%)의 2.5배에 달한다.
박종민 기자
심지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10명 중 2명이(20.3%, 44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임금명세서를 교부받지 못하는 등,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지켜야 할 현행법조차 위반하는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3명 중 1명(33.9%)은 근로계약서를 작성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의 81.9%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가 6.6%인 것과 대비되는 실태다.
임금명세서 또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2명 중 1명(49.4%)만이 교부받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10명 중 9명(91.1%)이 교부받고 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 119는 "근로조건의 기준이 되어야 할 근로기준법이 사실상 근로조건 차별의 기준이 되면서,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의 사각지대를 넘어 범법지대가 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영세 자영업자 부담을 핑계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말 자영업자 피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임대료와 권리금 등에 대한 정책과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 5인 미만 사업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