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류영주 기자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금품 살포 의혹에 연루된 송영길 전 대표가 2018년 전당대회를 두 달 앞두고 전남 여수상공회의소(여수상의) 초청 강연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송 전 대표는 당권에 도전하는 유력 인사로 거론됐고 실제 최종 후보 3인에 들었지만 이해찬 전 대표에게 패배했다.
주목할 점은 여수상의가 송 전 대표 외곽 후원 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강연 직후인 2018년 7월부터 후원했다는 사실이다. 최근 여수상의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먹사연으로 흘러간 기부금 수억원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의심하고 강제 수사에 나섰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송영길 전 대표는 2018년 6월 20일 전남 여수시청 대회의실에서 '한국경제의 블루오션, 북방경제 협력'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신북방정책을 다룬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강연은 여수상의가 주최하는 '명사 초청 강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박진수 LG화학 부회장도 강연자로 나섰다. 당시 박용하 여수상의 회장은 강연에 참석해 인사말 등을 했다. 그때 송 전 대표는 4선 국회의원(인천 계양을)이자 문재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그해 8월 당 대표 선거에 도전할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혔다.
연합뉴스여수상의가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 조직인 먹사연을 후원한 것은 초청 강연 직후인 2018년 7월이다. 여수상의 이용규 현 회장은 박용하 전 회장이 재임 시절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2월까지 5차례에 걸쳐 8천만원을 먹사연에 기부했다고 올해 5월 폭로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이 기간에 자신이 운영하는 폐기물 처리업체와 다른 업체의 회삿돈 등 3억여원을 먹사연에 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박 전 회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지난 27일 박 전 회장 주거지와 사무실, 후원 업체 및 단체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돈 봉투 살포 자금의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먹사연을 통한 (캠프) 자금 유입이 확인됐다"며 "추가 불법 정치 자금의 정황을 잡고 진상 규명을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박 전 회장 등이 먹사연을 통해 송 전 대표에게 공여한 불법 정치자금이 수억대에 이르는 것으로 본다. 특히 전당대회 직전인 2021년 1~2월에 기부금 4천만원이 몰렸다고 한다. 검찰은 우선 먹사연의 2020~2021년 2개년도 기부금 내역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포착했지만 추후 수사 범위는 확대될 수 있다.
박 전 회장의 먹사연 기부가 2018년 7월 시작됐고, 송 전 대표는 그해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이해찬·김진표 후보와 함께 3인에 들었다. 만일 송 전 대표가 당시 전대 과정에서 먹사연으로 유입된 자금을 사용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송영길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출국해 파리경영대학원 연구교수로 지내다 돈봉투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4월24일 귀국했다. 이후 5월과 6월 두 번에 걸쳐 조사를 자청하며 서울중앙지검에 갔지만 불발됐다. 그는 돈 봉투 의혹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입장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