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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MZ세대 못 읽은 K해운…해기사 부족 위기

전남

    '워라밸' MZ세대 못 읽은 K해운…해기사 부족 위기

    편집자 주

    한때 'K해운'으로 불린 국내 해양산업의 부흥기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해기사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 전남 여수와 광양 등 전국 대부분의 항만이 선원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해기사를 양성하는 국내 선원교육기관의 인력 배출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때문에 모처럼 맞은 해운업계의 호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CBS는 해기사 인력 부족 실태와 원인, 대책을 두차례에 나눠 살펴본다.

    해기사, 장기간 근무 열악한 처우에 매력 잃어
    해운업 호황인데…2032년이면 8600명 부족

    이순신대교 양 옆으로 광양항에 컨테이너를 실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광양시 제공 이순신대교 양 옆으로 광양항에 컨테이너를 실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광양시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워라밸' MZ세대 못 읽은 K해운…해기사 부족 위기
    (계속)

    2020년대 초까지 초과 공급 상태에 있던 해기사의 인력이 최근 해운업계의 호황 등에 힘입어 수요가 폭증했다. 하지만 해기사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해기사 인력 2032년 8600명 부족 전망

     
    미래해기인력육성협의회가 발표한 2032년 기준 우리나라 외항상선 전체 해기사 수요·공급 예측 자료를 보면 2021년말 한국선원통계연보 기준으로 외항선 1155척에 6898명이 승선 중이다. 2032년이면 우리나라 외항선 국적선대는 1541척으로 증가하고 해기사 수요는 1만 4729명으로 예측됐다. 현재 공급이 가능한 해기사는 6128명으로, 공급 부족이 8600명에 이른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연도별 해기사 수요 대비 공급 현황을 보면 2020년 해기사 공급은 9361명이었지만 수요는 5637명에 그쳤다. 그러나 반대로 이듬해인 2021년 수요가 1만 364명으로 폭등했지만, 공급은 9090명에 그쳤다. 2021년 한해 동안만 1200여 명이 부족한 것이다.
     
    해기사 공급은 2017년 1만 178명에 달했지만 매년 소폭 감소세를 보여왔다. 한국해양대를 비롯한 18개 선원교육기관의 연도별 선원인력 배출 규모는 2017년 1962명에서 지난해 1647명으로 5년 동안 16%가 감소했다.
     
    2021년의 경우 신규 선박의 급증에 따른 공급부족이 발생했다. 해양수산부는 부족한 해기사를 오션폴리텍을 통한 양성과 외국인 해기사 공급을 통해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국내 해기사가 떠난 선원 일자리가 외국인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내국인 선원은 2017년 3만 5086명(해기사 2만 768명)에서 2021년 3만 2510명(해기사 1만 8773명)으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선원은 2만 5301명에서 2만 7333명으로 2천여 명이 증가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해운업 재건이 성공하면서 해기사 등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나 국내 인력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해기사 처우 개선과 교육 투자 확대로 해기사 구인난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전경. 한국해양대 제공국립한국해양대학교 전경. 한국해양대 제공

    장기간 열악한 근무..워라밸 MZ세대 '외면'

     
    이처럼 해기사 공급이 부족해진 데는 달라진 위상과 열악한 처우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한때 해기사는 고소득, 전문직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장기간 근무와 열악한 근로 조건 등으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MZ세대(20~30대)로 불리는 젊은 층이 직업에 대한 인식, 사회적 가치에 대한 큰 변화가 있지만 해운업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열악한 근로 조건에 비해 임금 수준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022년 한국선원통계연보를 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취업선원은 총 5만 9,843명이며 한국인 선원은 3만 2,510명으로 전년 대비 1,055명이 감소했다. 반면에 외국인 선원은 전년 대비 558명 증가해 2만 7,333명이고, 국내 총 선원의 45.7%로 전년 대비 2%가 증가했다.
     
    우리나라 선원의 임금 수준은 월 평균 497만 원으로 2020년(493만 원)보다 4만 원(0.8%)이 증가했으며, 10년 전인 2011년(403만 원)에 비해서는 22.3% 상승했다.
     
    업종별 월 평균임금은 원양어선원이 801만 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해외취업상선(783만 원), 해외취업어선(711만 원), 외항선(627만 원), 연근해어선(416만 원), 내항선(400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 직책별 월 평균임금으로는 항해사, 기관사 등 해기사가 575만 원, 갑판부원, 기관부원, 조리부원 등 부원은 376만 원으로 조사됐다.
     
    해양수산부 제공해양수산부 제공
    해양수산부 자료를 보면 2000년 5만 9천명이던 국적 선원은 2010년 3만 9천명, 지난해 3만 2천명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국적 선원의 고령화도 큰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고령화율은 44%에 달하고 50세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무려 68%까지 높아진다.
     
    한국해양대 등 해양계열 대학이나 해사고 등을 통해 매년 1500여 명의 해기사가 배출되지만 5년 안에 육상직으로 이직하는 비율이 78%에 달한다. 갈수록 젊은 청년 해기사들이 평생 직업으로써의 매력을 찾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장이나 기관장 부족 사태로 2032년이면 외항상선의 58% 가량이 운항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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