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내년 총선이 8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수도권 민심은 여야의 승패를 가를 최대 승부처로 재확인된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3대(19~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계열(보수) 정당은 흥망이 교차했다. 과반 의석 확보를 기준으로 19대(2012년)만 유일하게 성공했고, 20대(2016년)·21대(2020년)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성패를 가른 지점은 무엇이었을까. 핵심 승부처 중 하나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성적이었음을 역대 총선 결과는 가리키고 있다.
특히 집권 여당이었던 19대, 20대 선거의 극명히 대조되는 성적표를 참고할만 하다. 19대 총선이 수도권 선전을 기반으로 과반을 달성했다면 20대 총선에선 '옥쇄파동' 등 분열상을 노출하면서 수도권 참패와 과반 달성 실패를 동시에 겪었다. 그리고 20대 총선의 패배는 초유의 대통령 탄핵, 정권 교체 등으로 이어졌다.
집권 3년차에 치러지는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으로선 19대의 승리를 재연하느냐, 20대의 내리막을 답습하느냐의 갈림길 앞에 선 셈이다.
與 지지율 30%대 '박스권', 수도권 민심 '열세'
윤창원 기자최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수도권 표심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와 함께 수도권에서 정당 지지율이 30%대 후반을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역대 선거 결과를 종합하면 총선 승리를 위한 수도권 최소 확보 의석은 40석 안팎인 반면, 현재 상황에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알앤써치에 따르면 지난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38%로 나타났다. 지지하는 정당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7.2%로 집계됐다. 한국갤럽이 25~27일 수행한 조사에서도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5%, 국민의힘 지지율은 35%로 각각 집계됐다.
두 여론조사 모두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이 전주 대비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30%대 저공비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총선이 윤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치러지는 '중간 평가'의 성격인 만큼 여당에게는 대통령 지지율이 총선 승리를 판가름할 주요 변수인데, 계속되는 악재에 맥을 못 추리는 모양새다.
특히 내년 총선 승리의 분기점이 될 수도권 표심이 출렁이고 있다. 7월 첫째 주 경기·인천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41.4%였는데, 이후 매주 37.8%→31.8%→33.9%를 기록했다.
여당 입장에선 지지율 반등을 위한 계기가 필요하지만, 장·단기적 호재를 찾기 쉽지 않다.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대통령 처가 일가 양평 땅 의혹 등 국내외적인 악재를 맞았다. 길게 봐선 내년 총선 전까지 경제 상황과 민생이 호전될지 불투명하다.
2012년 승리…수도권·중도 표심 겨냥한 '좌클릭'
그렇다면 과거 보수 정당의 총선 승리에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 참고할만한 사례로 2012년 이명박 정부 말기 치러졌던 제19대 총선이 있다.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과반을 넘기는 152석을 차지하면서 승리했다. 새누리당은 수도권 총 112석 중 43석을 차지하며 선전했고, 승리의 발판이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제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당사. 황진환 기자당시는 이명박 정부 집권 5년 차로 총선 직전 대통령 지지율은 32.7%(리얼미터 기준, 총선 직전 마지막 공표)라는 매우 낮은 수치였다. 반면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은 39.8%로 40%에 육박했다. 특히 임기 말의 대통령보다는 미래 권력으로서 당의 비대위원장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비대위원장 취임 후 당시 20대였던 이준석 전 당대표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등을 영입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특히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 등 중도 표심 공략을 위한 '좌클릭' 전략을 폈다. 후일 실천 여부와 무관하게 당시로선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2016년 패배…대통령 '사심 공천', 화근 '반면교사'
반면 현재 여권 입장에서 2016년 20대 총선은 반면교사의 사례이다. 박근혜 정부 4년차에 치러졌던 만큼 여러모로 윤석열 정부가 참고할 지점들이 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물을 마시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윤창원 기자당시 새누리당은 압승이 전망됐던 상황에서 122석을 차지하며 '어닝 쇼크'를 불러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의 약진보다 국민의당이라는 제3세력의 등장이 더해져 정의당 등 범야권이 167석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보면 시사점이 있는 결과다.
서울·경기·인천의 의석수 분포는 20대와 21대 총선을 거치면서 갈수록 악화됐고, 점차 어려운 지형으로 변해갔다. 서울은 12석에서 8석으로 경기 19석에서 7석, 인천 6석(무소속 안상수·윤상현 당선 포함)에서 2석(무소속 윤상현 당선 포함) 등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의 정당 지지율은 40%대를 유지하다가 직전 급하락하기 시작해 34.4%(리얼미터 기준, 총선 직전 마지막 공표)를 기록했다. 총선 패배를 두고 여러 원인이 제기됐지만 그 중에서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강행한 '비박계 공천 학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새누리당 전 김무성 대표가 당 대표 직인을 갖고 사라졌던 '옥새파동' 촌극을 국민들은 가벼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훗날 공천 개입으로 법적인 단죄를 받기도 했던 이른바 '대통령의 사심'이 수도권 판세와 전체 총선 결과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