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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빠진 아파트 주민들 분통 "페인트칠 한다더니 속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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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근 빠진 아파트 주민들 분통 "페인트칠 한다더니 속아"

    입주민 "몰래 보강공사 하다 걸린 거니까 못 믿겠다"
    "정밀하게 모두 조사해서 공개하고 3자 기구에서 검증해야"

    지난 1일 보강공사 중인 파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고무성 기자지난 1일 보강공사 중인 파주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고무성 기자
    "철근이 빠졌는데 보강공사가 될까 싶기도 하고 불안합니다. 페인트칠 한다고 했었는데 몰래 보강공사 하다 걸린 거니까 솔직히 못 믿겠습니다."

    지난 1일 오전 경기 파주시의 한 LH 행복주택.

    지난해 8월 입주한 1448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국토부 조사에서 지하 주차장 기둥 331곳 가운데 12곳에서 보강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 주차장 2곳에서는 파란 천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이 천막 주위에는 '위험, DANGER, 안전제일'이라고 빨간 글씨로 적힌 테이프가 둘러쳐져 있었다.

    천막 한쪽에는 '7월 11~8월11일 페인트 도색 보수 작업을 진행합니다. 입주민께서는 통행을 자제하여 주시고,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천막 안에서는 근로자들이 보강공사를 위해 콘크리트 벽체에 드릴로 구멍을 뚫는 작업으로 먼지가 자욱했다.

    현장 관계자 2명은 밖에서 천막 안이 보이지 않게 가리며 기자들을 경계했다. 보강공사라고만 밝힐 뿐 소속을 물으며 구체적인 질문은 LH 본사 홍보실에 문의하라고 안내했다.

    지난해 10월 입주한 이모(61)씨는 "내가 막노동을 15~20년을 해서 잘 아는데 보강공사를 해도 분명히 3년이 지나면 잘못되고 물이 샐 것"이라며 "차를 안 끌고 다녀도 지하 주차장을 왔다 갔다 하는데 불안하고 기분이 나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보수 작업 안내문. 고무성 기자보수 작업 안내문. 고무성 기자

    입주민 "몰래 보강공사 하다 걸린 거니까 못 믿겠다"


    입주민들은 보강공사를 하면서 도색작업을 한다고 속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입주민 권모(31)씨는 "아무래도 LH 같은 공공기관에서 하니까 믿었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며 "페인트칠 한다고 했었는데 몰래 보강공사 하다 걸린 거니까 못 믿겠다. 불안해서 지금 딴 데로 이사 가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혼자 사는 남모(32)씨도 "그냥 지나갔을 때 도색 작업한다고 붙여놔서 그렇게 알았는데 철근이 빠졌다는 사실을 기사 보고 알아서 속은 것 같았다"면서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놓는데 무너질 수도 있는 거니까 불안한 감이 많다. 대책이 확실히 좀 나와서 많은 입주민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아파트에서 만난 다른 입주민 3명은 "느낌이 좋을 리가 없지만, 보강공사 하면 아무래도 낫지 않겠냐. 어제 LH 설명회에서 잘 들어서 불안하지 않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또 다른 입주민 3명은 아직도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기둥 12곳에서 보강 철근이 빠진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관리사무소는 "보강 공사한다고 공지가 됐었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말 한마디가 어떻게 와전될지 몰라서 노코멘트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LH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 전사적 보완 계획 발표 등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보강공사를 시행함에 따라 주민 불안 등 특정 단지에만 공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공사에서 페인트 공사로 표현했다"고 해명했다.

    지하 주차장 기둥 12곳에서 보강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파주의 한 아파트. 고무성 기자지하 주차장 기둥 12곳에서 보강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파주의 한 아파트. 고무성 기자

    "정밀하게 모두 조사해서 공개하고 3자 기구에서 검증해야"


    전문가는 LH의 보강공사와 관련해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안전 여부를 말할 수 없고 정밀하게 모두 조사해서 3자 기구로부터 검증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대부분 하중이 전체적으로 기둥 쪽으로 몰리기 때문에 기둥 주변에 하중이 굉장히 많이 걸린다"며 "철근 보강이 전면 안 돼 있는지 아니면은 일부가 안 돼 있는지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각각 다 정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철근 보강이 얼마나 안 돼 있는지 모두 공개하고 기관이나 3자 기구에서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LH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전국에 자사 아파트 15곳 중 3곳은 보강을 끝냈다. 나머지 12곳은 9월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이번에 실시하는 보수·보강 방법은 콘크리트학회의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용역 결과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라며 "전국의 모든 아파트는 관련 법령에 의해 2~4년 주기로 정밀안전 점검을 이미 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 문제를 모든 아파트에 대한 불안으로 근거 없이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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