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스크린에서 평범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은 초인적인 힘을 가진 슈퍼 히어로일지 몰라도 현실에서 평범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은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다. '비공식작전'은 평범한 두 사람의 어쩌다 보니 '미션 임파서블'이 되어버린 피랍 외교관 구조 과정을 적당한 유머와 긴장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을 맞이한다.
1987년, 5년째 중동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외교관 민준(하정우)은 어느 날 수화기 너머로 20개월 전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으로부터 암호 메시지를 받게 된다. 성공하면 미국 발령이라는 희망찬 포부에 가득 찬 그는 비공식적으로 동료를 구출하는 임무에 자원해 레바논으로 향한다.
민준은 공항 도착 직후, 몸값을 노리는 공항 경비대의 총알 세례를 피해 우연히 한국인 택시기사 판수(주지훈)의 차를 타게 된다. 갱단까지 돈을 노리고 그를 쫓는 지뢰밭 같은 상황 속, 기댈 곳은 유일한 한국인인 판수뿐이다. 그렇게 돈만 주면 뭐든 하는 수상쩍은 판수와 함께 민준은 하루하루가 지뢰밭인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김성훈 감독이 스크린 컴백작으로 선택한 건 최초의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비공식작전'이다. '피랍'과 '21개월 뒤 생환'이라는 시작과 끝만 실제 사건에서 가져와 그사이 인물들과 스토리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워 넣었다.
앞서 '모가디슈'(감독 류승완)와 '교섭'(감독 임순례)을 통해 실화 바탕 소재, 피랍, 구출 작전, 생환 등의 키워드에 이미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김성훈 감독이 내놓은 답은 '버디 액션'이다. 감독은 피랍 사건이라는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마냥 무겁게만 그리기보다 '구조 작전'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춰 여름 시장에 어울리는 상업영화로의 길을 선택했다.
그 과정에서 상업적인 선택에 설득력과 재미를 부여하기 위한 방식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레바논에 '외교관'이라는 이름표를 떼면 '구조'라는 작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여기에 '택시 기사'라는 이름표를 안 떼도 평범한 사람을 또 다른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두 사람이 티키타카하며 피랍된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는 비공식작전 수행기는 재미에 더해 메시지를 잡고자 했다.
그렇게 '비공식작전'은 적당한 유머와 적당한 긴장, 모로코 로케이션의 강점을 살린 카체이싱 등 다양한 액션 시퀀스 그리고 두 주연 배우의 티키타카 호흡으로 이뤄진 오락 액션 영화 공식을 충실히 따르며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초대한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앞서 이야기했듯이 고립된 모가디슈에서의 필사의 탈출기를 그린 '모가디슈', 피랍 국민을 구하기 위해 절체절명의 교섭 작전에 뛰어든 외교관의 분투기 '교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비공식작전'은 일단 시작부터 많은 설명은 하지 않지만 한국 외교관이 무장 세력에 납치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교섭'에서 피랍자 구출 명분에 동의하지 못했던 관객들은 '비공식작전'의 명분은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명분을 얻은 다음, 영화는 평범함을 무기로 차별화를 꾀한다. 눈치싸움과 칼날 같은 말들이 오가는 외교 전쟁에는 익숙하지만 실제 총알과 폭탄이 터지는 상황에 대한 경험은 전무한 외교관을 작전 수행자로 삼았다. 보통 이런 내용의 영화에서 주인공이 전투 경험이 있는 특수요원이거나 적어도 특수요원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데 반해 '비공식작전'은 임무 수행자도 평범한 인물이고 그의 조력자는 심지어 공무원도 아닌 택시기사다.
물론 서로 다른 목적하에 만난 두 사람이 힘을 합치는 과정은 정석적이다. 각각 출세욕과 물욕에 눈먼 이들이 욕망 반 진심 반으로 얼렁뚱땅 시작해 내면에 차오르는 책임감을 바탕으로 진심 100%에 이르러 연대한다는 클리셰적인 흐름을 따라간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처럼 비공식으로 진행되는 작전을 클리어해 가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재미를 보장한다.
그리고 민준과 판수의 비공식작전 과정에서 영화는 당시 정치적인 상황과 정부의 문제점을 은근하게 비판적으로 녹여내 보여준다. 피랍과 구조라는 소재는 처음부터 자국민이 납치당한 상황에서 국가는 과연 이유를 불문하고 나설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이에 대해 '비공식작전'은 현실적인 대답과 이상적인 대답을 동시에 보여준다. 국민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정부와 권력자는 정치적인 입장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민준과 판수는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그리고 외교관 민준을 통해 정부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내놓아야 하는 모범적인 답은 무엇인지 우회적으로 이야기한다.
이런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답과 그 답을 구해가는 과정을 감독은 마냥 무겁게 그려내지 않는다. 말그대로 모범적인 버디 영화다. 적절한 긴장과 그 사이사이 소재와 이야기의 무거움을 견뎌낼 수 있도록 유머러스한 상황을 통해 쉬어갈 수 있는 틈을 적절히 만들어 낸다. 여기에 모로코의 풍광과 이를 충실하게 담아낸 다양한 액션 시퀀스 덕분에 관객들은 극한의 상황을 보다 편하게 따라갈 수 있고, 영화는 '상업 영화' '버디 액션'이라는 목적도 달성한다.
이러한 목적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는 하정우와 주지훈의 티키타카 케미다. 두 사람의 여정과 그들의 심리변화, 연대를 따라가는 영화인만큼 두 주연 배우의 연기력과 호흡이 중요하다. 이미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입증된 두 배우의 케미는 영화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132분 상영, 8월 2일 개봉, 12세 관람가.
영화 '비공식작전' 2차 포스터. 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