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계대출 잔액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함께 오르는 은행 연체율과 더불어 금융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 2208억원으로 지난 6월 말(678조 2454억원) 대비 1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월 대비 증가로 전환한 이후 석 달째 증가세다.
특히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담대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512조 8875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 486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2462억원 감소했다.
연합뉴스반면 은행 주담대 금리는 다시 오름세다.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달 31일 기준 연 4.08~ 6.06%로 지난 6월 초(연 3.91~6.15%) 대비 하단이 0.17% 올랐다. 올 들어 처음으로 금융채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대출금리 지표가 되는 시장 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대출금리가 오름세인데도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결국 금융소비자들이 이자 부담을 감수하고 돈을 더 많이 빌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현상에는 결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가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계속 상승하고 있다. 5대 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연체율은 3월 말 0.25%에서 6월말 기준 0.27%로 뛰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1월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것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실책"이라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동결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하반기, 특히 오는 9월 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 조치 종료 등이 이뤄지면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빚을 과도하게 내도록 하는 구조를 개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한국은행 역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13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회의에서 가계부채 증가세와 관련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부채의 디레버리징(규모 축소)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향후 장기적인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다른 위원은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간 적절한 정책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규제당국이 예전 방식대로 가계부채를 관리하면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기 어려워 보인다. 저성장 기조 하에서 규제 당국도 가계부채 관리의 구조적 측면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통화에서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의지를 갖고 가계대출 증가를 감내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문제인데, 은행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이 어느정도 회복력을 갖게 되면 정책의 포커스가 대출 규제로 넘어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