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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전체가 탄약고…연평도, 사람 살 곳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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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전체가 탄약고…연평도, 사람 살 곳 아니다"

    편집자 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섬 연평도는 남북 분단의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간직한 섬이다. 군과 민간인이 함께 섞여 살면서 민간인 주거지역과 탄약고 사이의 안전거리를 전혀 지키지 못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북한의 포격도발뿐만 아니라 자체 폭발사고로도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이곳에서 탄약고는 주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곳이자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곳이다. CBS노컷뉴스는 연평도내 탄약고와 주거지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골칫거리 서해5도 탄약고②]
    서북도서 요새화로 외면받는 거주민들
    7㎢ 섬에 탄약고 17곳…평균 가로·세로 630m 넓이 토지당 1곳꼴
    국제 규격과 동떨어진 국내 화약류 시설 안전기준 정비해야
    연평도포격전 이후 강화된 '서북도서 요새화'…정주여건 개선은 뒷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안초소 모습. 박정호 기자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해안초소 모습. 박정호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왜 군인 테니스장은 괜찮고, 주택 건축은 안되나"
    ②"동네 전체가 탄약고…연평도, 사람 살 곳 아니다" 끝.

    만성적인 폭발 위험에 노출된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탄약고가 수십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7㎢ 섬에 탄약고 17곳…평균 가로·세로 630m 넓이 토지당 1곳꼴


    국방부가 2019년 국정감사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실에 제출한 서북5도(대연평도·우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 탄약고 현황 자료를 보면 해병 연평부대가 관리하는 탄약고 17개동 모두 주거시설 안전거리 기준인 반경 381m를 위반하고 있다. 해병 연평부대는 대연평도에 주둔하고 있다. 즉 연평도 내 민간인 거주지역 전체가 탄약고 범위 내에 있다는 의미다.
     
    군은 장기적으로 연평도를 포함한 서북5도(대연평도·우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의 탄약고를 통·폐합할 계획이지만 개선책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탄약고를 통·폐합할 경우 탄약고의 보유 타약량을 늘려야 하고, 이에 따라 이격거리는 더욱 멀어질 수 있다. 섬지형 내에서 또 탄약고와 부대간 근접성을 고려한다면 탄약고의 이전 또는 통·폐합은 한계가 있다.
     
    연평도의 섬 면적은 7.01㎢에 불과하다. 이 곳에 탄약고가 17군데 있다. 단위면적 0.41㎢마다 탄약고가 있다는 것으로, 가로·세로 630m 정사각형 넓이의 토지마다 탄약고가 있는 셈이다. 섬 전체가 탄약고라는 의미다.
     
    탄약고를 통·폐합할 경우 탄약고에 보유해야 할 폭약량이 증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이격거리 역시 더욱 멀어질 수도 있다. 특히 백령도와 연평도는 섬이라는 지형상 한계 때문에 이격거리를 늘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욱 어렵다. 탄약고와 해당 부대간 근접 필요성까지 고려한다면 탄약고의 이전 및 통·폐합은 한계가 있다.
     
    연평도를 두고 "사실상 민간인 거주가 불가한 지역에 민간인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탄약고와 군부대 또는 탄약고와 주거시설 간 안전거리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국방부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국회의원이 공개한 서북5도 탄약고 현황 자료. 최재성 의원실 제공2019년 국방부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국회의원이 공개한 서북5도 탄약고 현황 자료. 최재성 의원실 제공

    국제 규격과 동떨어진 국내 화약류 시설 안전기준 정비해야


    지금까지 우리나라 탄약고 등 군용 화약류 시설의 안전기준이 단순히 탄약·폭발물 저장시설 또는 제조시설의 건축물 시설기준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우발적인 폭발이나 의도적인 폭발에 따른 인원방호 등 다른 기준은 반영하고 있지 않은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UN(국제연합)이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세계적인 규모의 기구나 미국 국방부 등 타국에서 규정하는 군용 화약류 관련 시설의 안전기준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발기술품질원 전인범·황경섭·박소연·이찬호 연구원 등이 지난해 공동저술한 "군용 화약류 시험시설의 국내·외 안전기준 검토 및 효과적인 적용 방안" 논문을 보면 UN의 국제 탄약 기술 지침(IATG·International Ammunition Technical Guidelines)이나 미국 국방부의 폭발물 안전규정(DESR 6055.09) 등은 폭발물과 관련해 인원 보호를 위한 기술적인 부분을 고려한 안전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예컨대 부상이나 사망을 야기하는 폭발이 발생할 경우 폭발 과압의 도달 양, 파편의 형성과 속도 또는 충격력, 도달하는 열량 등을 계산식으로 도출해 폭발로 인한 부상·사망 확률 등을 총괄해 안전 기준을 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위사업법 등 국내법상 군용 화약류 저장시설의 기준에는 세계 규격에 맞는 기준들이 많이 빠져 있다. 예를 들면 폭발물 저장시설의 바닥이나 접지시설, 벽체 등을 어떤 재즐을 사용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국내 기준이 단순히 최소 주거시설이나 격리거리를 규정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국내의 군용 화약류 안전기준은 폭발로 인한 인명 피해는 고려하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설 배치나 방호구조물 활용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평도포격전 이후 강화된 '서북도서 요새화'…정주여건 개선은 뒷전


    탄약고와 관련한 법적 정비도 필요하지만 연평도내 민간인과 군부대 간 반복되는 갈등의 핵심은 연평도포격전 이후 정주여건을 개선해주겠다던 정부의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데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0년 연평도포격전 이후 서해5도 주민들이 집단이주를 요구하자 정주 여건을 개선해주겠다며 '서해5도 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방부를 중심으로 서해5도의 국방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서북도서 요새화'가 정주여건 개선을 앞질렀다. 서북도서 사령부가 창설된 것도 이때 쯤이다.
     
    정부는 '서해5도 지원특별법'이 제정될 당시 2020년까지 9109억원을 서해5도에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이 예산의 절반도 쓰지 않았다. 국가관리 연안항 가운데 여객선마저도 물 때를 맞춰 운행해야 하는 곳은 연평도 유일하다.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에 힘쓰는 해경의 경비함정은 접안도 못하는 실정이다.
     
    탄약고 등 군시설은 늘어만 가는데 민간인의 경제활동은 점점 어려워졌다. 20대 국회 내내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던 김종대 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임기 동안 수차례 연평도에 들어가 주민들을 만나면서 이들의 삶이 포격전 이후 점차 악화됐다"며 "하루하루 군사시설은 늘어가는 대신 생활은 어려워지는 모습은 마치 이스라엘 전쟁터 한 가운데 정착촌을 차린 유대인의 모습과 같았다"고 묘사했다.
     
    김 전 의원은 "자세하게는 탄약고 등의 법적 개선이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너무 앞질러 간 요새화 대신 정주 여건 개선에 힘써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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