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캡처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가 화려한 여정을 마무리했지만 그 뒤엔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6일 '킹더랜드'는 이준호(구원 역)와 임윤아(천사랑 역)가 우여곡절 많았던 로맨스 끝에 결혼식을 올리며 꽉 닫힌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1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뿐만 아니다. '킹더랜드'는 방영 동안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처음으로 넷플릭스 전 세계 TV 부문 통합 1위를 차지했다. 뜨거운 글로벌 인기를 얻은 셈이다.
'열애설'이 날 정도로 완벽했던 이준호와 임윤아의 케미스트리가 흥행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은 낙하산 재벌 3세와 '미소'가 직업적 사명인 킹호텔 우수사원으로 변신해 정반대 세상에 살고 있던 남녀의 코믹하면서도 설레는 로맨스를 그렸다.
그러나 지나치게 두 사람의 '케미'에만 의존한다는 혹평도 따라왔다. '킹더랜드'가 보여준 로맨스 자체가 사실상 2000년대 드라마에서 양산된 재벌 후계자 남자주인공과 평범한 캔디형 여자주인공의 로맨스 흥행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킹더랜드'는 최근 대규모 장르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가볍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로코물(로맨틱 코미디물)로 승부수를 띄워 성공했다. 그럼에도 전개나 서사가 구시대적 문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별다른 고민 없이 식상하게 흘러갔다는 평가다.
서비스직인 호텔리어의 일부 묘사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직원들 중 회장 일가를 전담하는 최고의 '드림팀'이 회장 자택에서 메이드 복장을 입고 서빙을 하는 장면이 결정적이었다. 기업 오너 가족이 호텔 직원을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설정과 메이드 복장을 두고 서비스직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장면은 구원과 사랑의 계층 격차에 따른 갈등을 보여줬지만 서비스직에 대한 존중 없이 오히려 해당 직종이 가진 부정적 편견을 강화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랍 왕자 캐릭터 희화화는 문화 다양성에 약한 K-드라마의 한계를 드러내며 인종차별 논란을 촉발했다. '킹더랜드' 측은 세 차례 입장 끝에야 공식 사과했다.
지난달 방송에서 부유한 아랍 왕자 사미르(아누팜)는 사랑을 좋아하는 구원의 라이벌로 등장했다. 아랍 국가의 왕자라면 엄격한 종교 계율을 따르는 무슬림(이슬람 신도)이 연상되지만 제작진은 사미르가 와인을 마시고, 클럽에서 여자들과 함께 놀면서 유흥을 즐기는 모습을 부각시켰다. 또 돈만 믿고 건방진 태도를 보이다 구원에게 속아 머슴 복장을 하는 등 우스꽝스럽게 연출했다.
글로벌 서비스 작품이기에 당연히 아랍권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이들은 '킹더랜드'가 "아랍인, 아랍 문화를 왜곡했다"고 공분하며 불매 운동에 나섰다.
분명히 '아랍 문화권'의 왕자로 묘사했음에도 '킹더랜드'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지역, 지명은 모두 가상의 설정이다. 특정 국가의 왕자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짧은 입장만을 내놔 논란을 더욱 키웠다. 실제로 아랍 문화권에서 '왕자'가 존재하는 군주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요르단 등 뿐이다.
아무런 사후 조치나 사과가 없는 입장에 좀처럼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킹더랜드'는 재차 "특정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왜곡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해명했고, 결국 세 번째 입장문에서 "타 문화권에 대한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함을 끼친 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잘못을 인정, 해당 장면의 수정을 약속했다. 넷플릭스 전 세계 1위에 오를 정도로 글로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문화 다양성 인식과 존중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했다.
빛나는 흥행 성적 뒤에는 양산형 로맨스와 존중이 부족한 연출 및 설정이 '꼬리표'처럼 남았다. '킹더랜드'의 뒷맛이 끝내 개운치 못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