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달 가계대출 증가 폭이 '빚 폭증' 우려가 제기된 2021년 말 수준까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규제 완화로 지난해 겨우 줄었던 가계부채가 1년 만에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긴급 회의를 열었다.
금융위는 이날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4월 이후 가계대출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미국 금리인상, 주택경기 하락 등으로 그간 감소하던 가계부채가 주택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다소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현재 가계부채 확대가 당장 금융안정 등에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니나 증가세가 확대·지속될 경우 거시경제·금융안정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전날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4000억원 늘어났다. 은행과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한 달 만에 5조원 넘게 증가한 것은 2021년 11월(5조9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가계대출의 최근 증가세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로 인해 가속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부터 투기·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됐고 무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50%로 일원화됐다. 연봉에 상관없이 최대 9억원의 주택을 담보로 5억원까지 대출할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도 1월 말 출시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은 DSR 적용을 받지 않는다. 지난달부터는 전세보증금 반환용 대출도 DSR 산정에서 제외됐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연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커져있는데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가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려워 가계대출 증가세에 더욱 불이 붙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오는 11일 신청분부터 우대형(주택가격 6억원 초과 또는 연 소득 1억원 초과)이 0.25%포인트 오르는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오는 9월에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 주담대 등 최근 대출이 크게 증가한 부분을 중심으로 은행권 등 대출태도가 느슨해지지는 않았는지 중점 점검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다수 은행들이 출시한 50년만기 주택담보대출 등이 DSR 규제 등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시 제도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인터넷 은행 등이 비대면 채널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등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차주의 소득심사 등이 면밀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과도한 대출 등에 따르는 연체위험 등을 충분히 관리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또 정책모기지 공급추이를 보아가며 하반기 공급속도가 과도하지 않도록 면밀히 관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아직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가계부채가 금융안정을 위협하거나 우리경제의 구조적 성장저해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양적·질적 관리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