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의 '방북비용 300만달러 대납'과 관련해 "2019년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 진술대로라면 이 대표가 자신의 방북비용 대납 사실을 사전·사후적으로 인지하고 관여했거나 적어도 묵인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셈이다. 검찰은 이같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담긴 피의자 신문조서를 이 전 부지사의 불법 대북송금 재판에 증거로 신청했다.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부지사는 지난달 검찰 조사에서 '2019년 7월 필리핀 국제대회 당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이 대표의 방북이 성사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행사가 끝난 뒤 이 사실을 이 대표에게도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19년 12월 총선 출마를 위해 평화부지사를 퇴임하면서 쌍방울이 북한 측에 돈을 준 것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의 진술도 검찰은 확보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전 부지사는 지난달 21일 밝힌 옥중 입장문에서 이런 검찰 진술 내용 일부를 인정했다. 그는 "저 이화영은 쌍방울과 김성태 전 회장에게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도 "다만 2019년 7월 필리핀 국제대회에서 우연히 만난 북측 관계자와 김성태가 있는 자리에서 이 지사의 방북 문제를 얘기했다. 동석한 김성태에게 이 지사 방북도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를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지사와 사전 보고된 내용은 아니다. 즉흥적으로 말했고 큰 비중을 둔 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김성태 전 회장에게 이 대표의 방북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사후에라도 이 대표에게 이를 보고했는지 여부에 대한 언급은 피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검찰 조사 결과 경기도는 2019년 5월과 9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북측에 이 대표의 방북을 요청했다. 특히 2019년 11월 세 번째 공문을 보낸 시점은 쌍방울의 300만달러 대북 송금 시점인 2019년 11~12월과 맞닿아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이런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신진우 부장판사)에 증거로 신청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진술조서에 관해 법무법인 덕수 김형태 변호사는 "검찰이 김성태 전 회장을 통해 이화영 전 부지사를 회유·압박한 결과 이 전 부지사가 이런 취지로 허위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8일 해당 '증거인부서'를 재판에 제출한 뒤 돌연 사임했다.
수사팀은 이런 정황 진술 등을 볼 때 당시 경기도 대북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인 이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일각에서는 김 변호사의 의견서 내용을 두고 '방북비용 대납을 (이 대표에게) 사후 보고한 것이니 외려 범죄 성립과 무관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범계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이 제출한 진술조서를 보면 2019년 12월 평화부지사 퇴임 당시 방북 비용을 보고했다는 표현이 나온다"며 "만약 시점이 2019년 12월 평화부지사 퇴임 시라면 사후적인 문제로 범죄의 성립과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확보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2019년 7월과 12월 사전-사후 방북비용 내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이라면 박 의원의 이런 분석은 힘을 잃는다.
이 대표는 쌍방울의 대북송금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19일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하는데 자꾸 정치를 하는 것 같다"며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으로 연달아 이 대표를 소환한 뒤, 두 사건을 한데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중앙지검이 오는 17일 이 대표를 백현동 사건 배임 혐의 피의자로 소환하는 만큼 수원지검 출석 일정은 그 이후 시점으로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