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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돼지 키운 모범 농장주, 악취 민원에 극단적 선택

전남

    40년 돼지 키운 모범 농장주, 악취 민원에 극단적 선택

    대한한돈협회 16일 환경부 청사서 추모제
    오재곤 전남도협의회장 "성실했던 분, 안타깝다"
    "작은 악취 민원에 농장주들 압박 많이 느껴"

    대한한돈협회 홈페이지에 운영되고 있는 추모 공간. 대한한돈협회 제공 대한한돈협회 홈페이지에 운영되고 있는 추모 공간. 대한한돈협회 제공 
    전남에서 40년 넘게 양돈장을 운영해온 60대 농장주가 반복되는 악취 민원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한 것과 관련해 양돈업계의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오는 16일 환경부 청사 앞에서 숨진 양돈 농가 농장주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14일 대한한돈협회 전남지부 등에 따르면 전남 보성 웅치면에서 24년째 양돈장을 운영해 온 A씨는 지난달 21일 농장 인근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A씨가 남긴 유서에 따르면 반복되는 악취 민원에 부담을 느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돈협회는 유족 측의 동의를 받아 유서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이제까지 열심히 살아왔는데, 민원제기로 너무너무 힘들다. 주변 주민분들 그동한 정말 죄송했습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올해 5월부터 4차례 농장 악취 민원을 받아왔다. 군은 농가에서 심한 악취는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반복된 민원을 고려해 A씨에게 냄새 저감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숨진 날도 민원이 제기됐었다.  

    A씨의 죽음을 두고 양돈 농가들도 민원 고충에 공감하며 애도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성명을 내고 "한돈산업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소중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식량산업이나 늘어나는 냄새민원과 행정규제로 인해 축산업이 위협받고 있다"며 "무리한 규제로 생을 저버리는 상황을 두고 전국 한돈농가들은 깊은 좌절을 느낀다"고 밝혔다.

    협회 홈페이지 추모란에는 '한돈을 위해서 달려오셨는데 허망하고 원통하다' '산업을 보호하고 주민을 이해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저희 농가도 몇 대째 돼지농장을 운영하는데 악취 민원으로 힘들다. 매일 민원 걱정을 하며 돼지를 키우고 있다' '돼지 키우는 게 죄라는 이야기는 그만 듣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오재곤 대한한돈협회 전남도협의회장은 "A씨는 10년간 한돈협회 보성 지부장을 하면서 매년 모교 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독거노인들께 돼지고기를 기부할 정도로 성실하고 성품이 훌륭하셨던 분이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40년 넘게 축산업을 이어온 분에게 이런 일이 생겨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농장에서도 너무 심각한 악취를 발생시키면 안되겠지만 요즘에는 작은 악취에도 민원이 많이 제기돼 농장주들이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나라 국민의 식량을 책임지고 있는 농가가 너무 천대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999년 보성군 웅치면에서 축산업을 시작했으며 대한한돈협회 보성지부장을 10년간 역임했다. 그의 농장은 전남도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농림축산식품부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을 받으며 지역 한돈산업계에서 모범 농가로 꼽히기도 했다. 또한 매년 모교에 장학금을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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