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나무뿌리에 물 뿌리는 하와이 소방관. 연합뉴스12일(현지시간)까지 최소 93명이 숨지면서 미국에서 100년만의 최악의 산불 참사로 기록된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가 인재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산불 예방 대책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이미 오래전 제기됐지만 위험 대비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나 당국의 안이한 인식과 부실한 대응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CNN에 따르면, 마우이의 한 카운티에서 펴낸 2021년판 산불예방 보고서는 산불로 인해 소실되는 임야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산불 예방 대책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카운티의 산불 대응 계획에 대해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 준비가 돼 있지지 않다"며 "이는 중대한 간과"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당국에 철저한 리스크 진단을 권고했지만 그 권고를 당국자들이 주의 깊게 받아들였는지는 불투명하다고 CNN은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라하이나 지역이 마우이에서 화재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지적을 담은 민간기구 '하와이 산불 관리 조직'의 2014년 보고서를 소개하며 당국이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와이주 및 마우이 카운티 당국자들도 참여한 이 계획안에는 초목 관리, 사유지 및 시설 보호 등 라하이나 지역을 보호할 조치들이 포함됐지만 일부만 이행되는 데 그쳤다고 WSJ은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산불 확산과정에서 경보 사이렌과 구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AP는 "많은 주민들이 화재 경보 사이렌을 듣지 못했고 화염을 직접 목격하거나 연기 냄새를 맡은 뒤에야 위험 상황을 인지했다"고 전했다. 불길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조차도 많은 주민들과 여행객들이 아무런 경고를 듣지 못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와이 주 안전 경보 시스템에는 재난 재해 대비 경보용 사이렌이 약 400개 있고 화재가 발생한 마우이섬에도 80개의 사이렌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하와이주 재난관리청은 "화재 첫날인 지난 8일 경보 사이렌이 울린 기록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응급구조 요청을 받는 911 신고 시스템도 화를 키운 것으로 지적됐다. CNN은 "섬 일부 지역에서 '911 신고가 마비됐다'면서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서에 직접 전화하라는 안내를 했다고 보도했다.
화재 대응 과정에서 경보와 구출 시스템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하와이주 수사당국은 산불 전후 주요 의사결정과 정책 등에 대해 종합적인 조사를 실시하겠다며 경위 조사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