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오는 22일 '한국경제인협회'로 재출범을 앞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대 그룹 복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맏형' 격인 삼성 내부에서부터 신중론이 일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16일 전경련 복귀 여부 관련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18일 재논의하기로 일정을 연기한 가운데 '정경유착'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해체 수준 위기에 몰렸던 전경련이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지만, 첫 단추부터 다소 껄끄러운 상황에 처했다. 전경련은 '한경연'으로 단체명을 변경하는 것과 함께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수장으로 추대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며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복귀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문제는 전경련 복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삼성 준감위가 16일 열렸지만, 갑론을박 끝에 결론을 짓지 못하고 회의를 18일로 미뤘다는 점이다. 이날 이찬희 준감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좀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여러 다양한 배경의 위원들이 위원회를 구성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회의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형식상 삼성의 영향력을 벗어난 독립조직인 준감위 내부에선 '정경유착' 리스크를 두고 이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박근혜 정권에서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후 전경련과 삼성이 연루된 사건이 사법부로 넘어가면서 재판부의 주문으로 인해 준감위가 탄생한 만큼, 재차 정치권과 얽힐 수 있단 우려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준감위 회의에선 '향후 국정농단과 같은 사안이 발생하면 전경련에 회비 납부를 중단한다'는 내용 등 조건부 승인안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 역시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삼성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지난 5월 전경련 혁신안 발표 당시 '정경유착' 탈피를 위한 대책으로 '윤리헌장 제정'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외부 위원들이 중심이 된 '윤리경영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사전에 정경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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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4대 그룹 내부에선 전경련이 제시한 방안은 현실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전경련이 쇄신이라고 내놓은 대책으로는 4대 그룹이 복귀하기엔 많이 부족하다"며 "낙하산 정치권 인사들을 전경련 수뇌부로 채워 놓고 정경유착을 끊겠다고 하는데 이걸 믿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전경련이 혁신안에서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월부터 임시로 전경련을 이끌고 있는 김 직무대행은 한경연 재출범 이후엔 상근 고문으로 남고, 상근부회장에는 경제 전문가가 아닌 외교관 출신인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가 거론되고 있다. 전문성이 핵심인 '경제 싱크탱크' 단체가 겉으론 '경제 전문'을 표방하면서 정작 수뇌부는 정치권 인사로 채우는 등 다소 어색한 모양새가 연출된다는 지적이다.
4대 그룹 내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미 큰 플랜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그렸고 6개월 정도 정치인을 보내 사전 정지 작업을 한 것 같다"며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엔 국내 대기업들 함께 모여 정보 교환 등 시너지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영 시대에 각 기업들이 정보 자산을 갖고 있을 정도로 커졌는데 전경련 가입에 따른 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경유착'이라는 폐습 때문에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이 정권의 압력에 의해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정부도, 재벌도 특정 단체를 끼고 대리인이 있으면 은밀하게 소통하기 편하지 않겠냐"며 "전경련이 지금까지 정경유착과 재벌을 대리하는 역할을 했는데 재차 필요성을 느껴서 복귀를 추진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