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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어떻게 매튜를 몰라요?"…기자 당황시킨 KCON 팬들

미국/중남미

    [르포]"어떻게 매튜를 몰라요?"…기자 당황시킨 KCON 팬들

    18~20일 14만명…LA 들썩이게 만든 K-CON 위력
    K-POP으로 시작된 K-컬처 → K-드라마 → K-예능

    'KCON LA 2023'을 찾은 팬들이 아이돌과의 만남에 환호하고 있다. CJ ENM 제공'KCON LA 2023'을 찾은 팬들이 아이돌과의 만남에 환호하고 있다. CJ ENM 제공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 시각, 미 서부 LA에서도 글로벌 한류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행사가 시작됐다.
     
    18일 오전부터 'LA 컨벤션 센터'와 '크립토닷컴 아레나' 일대에는 'KCON LA 2023'을 보기 위해 미국 현지는 물론 전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팬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20일까지 사흘동안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14만명이 직접 행사장을 찾아 지난 5월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던 'KCON JAPAN 2023'의 기록을 가볍게 깨트렸다. 온라인에서도 전 세계 176개 국가에서 유·무료 관객 약 590만 명이 이번 행사를 즐겼다.
     
    18일(현지시간) 오전부터 LA 크립토닷컴아레나 앞에 장사진이 펼쳐져 있다. 최철 기자 18일(현지시간) 오전부터 LA 크립토닷컴아레나 앞에 장사진이 펼쳐져 있다. 최철 기자 

    공연 이틀전부터 줄서는 수고 마다않는 한류팬들

     
    캐나다 밴쿠버에서 비행기를 타고 행사장에 왔다는 팻(36·여)씨는 한국 기자라고 소개를 하자 대뜸 "우리 고향 출신 매튜를 응원하러 왔다"고 소리쳤다.
     
    기자가 "매튜가 누구냐"고 다시 묻자 그녀는 "설마 제로베이스원을 모른다는 것이냐"며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룹 '제로베이스원'이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 ENM 제공그룹 '제로베이스원'이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 ENM 제공황급히 검색을 했더니 '제로베이스원'은 엠넷에서 주관한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보이즈플래닛'을 통해 데뷔한 다국적 그룹이었다.
     
    이제 겨우 데뷔 1개월차인 신생 K-POP그룹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스타'였던 셈이다.
     
    팻씨가 말한 매튜는 보이즈플래닛에서 최종 3위를 차지해 제로베이스원의 멤버가 된 석매튜(Seok Mattew)였고, 캐나다 출신이었다.
     
    팻씨는 "처음에는 엑소(EXO)를 좋아하다가 BTS에 빠져들었다"며 "사실 K-POP 전부를 사랑하기 때문에 더 많은 아티스트들을 직접 보기 위해 여기에 왔고, 순간순간이 즐겁다"고 말했다.
     
    취재 시작부터 '한방' 먹은 느낌이 들었다.
     
    공연 이틀전부터 선착순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팬들. 뙤약볕에도 아랑곳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철 기자공연 이틀전부터 선착순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팬들. 뙤약볕에도 아랑곳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철 기자콘서트는 저녁에 열리지만 행사장인 '크립토닷컴아레나'앞에는 이른 오전부터 장사진이 펼쳐졌다. 자리가 따로 없는 '스탠딩석'은 무대와 가장 가까운 반면 선착순이어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팬들이 몰려든 것이다.  
     
    그런데 행사장 옆으로 또 하나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들은 내리쬐는 뙤약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간이 의자에 우산까지 받쳐 쓴 채 느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건 무슨 줄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케이시(22·여)씨는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19일, 20일 공연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좋아하는 가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기위해 이틀 전부터 줄을 서는 수고를 기꺼이 하겠다는 것이었다. KCON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콘서트가 전부 아냐…'K-컬처' 즐기는 공간도 인기


     물론 KCON의 하이라이트는 콘서트일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K-컬처'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공연장 옆 'LA 컨벤션 센터'에는 K-POP스타들이 직접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는 물론, 팬들이 자발적으로 '랜덤 플레이 댄스'를 즐길 수 있는 'Dance All Day'도 준비됐다.
     
    크래비티 멤버들이 팬들과 인사하고 있다. CJ ENM 제공크래비티 멤버들이 팬들과 인사하고 있다. CJ ENM 제공18일 'KCON 스테이지'에서는 그룹 '크래비티'가 팬들과 만나 자신들이 만든 노래 가사속의 한국말을 알려주기도 했다.
     
    크래비티 멤버들이 "좀 어려울 수 있다"며 '눈동자', '아름다운' 같은 단어들을 소개하자, 팬들은 '너무 쉽다'는 듯 자연스런 한국어 억양으로 가사를 따라 부르며 화답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라스(35·남)씨는 "K-POP으로 한국 문화를 처음 접하게 됐고, 요즘에는 K-드라마까지 보게 되면서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 오늘 생일인데 좋아하는 갈비찜, 김치전을 먹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랜덤플레이댄스'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CJ ENM 제공팬들이 자발적으로 '랜덤플레이댄스'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CJ ENM 제공

     15년 전 노래에도 백여명 '칼군무'…소름 돋아

     
    '랜덤 플레이 댄스'는 주최측에서 랜덤으로 선택된 K-POP의 첫 소절을 들려주면, 팬들이 어떤 노래인지를 알아맞히고 즉석에서 해당 노래의 안무를 따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KCON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가수 비가 19일 공연하고 있는 모습. CJ ENM 제공이번 KCON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가수 비가 19일 공연하고 있는 모습. CJ ENM 제공'춤꾼'을 자처하는 백여명의 팬들은 아이브, 엔믹스의 춤을 정확히 따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KCON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가수 비의 'Rainism'에 맞춰서도 '칼군무'를 연출해냈다.
     
    15년 전 노래인데도 반복되는 'I gotta be a bad boy'의 가사에 맞춰 백여명이 일사분란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이런 무대 사이사이에는 한국의 뷰티·패션·음식·생활 분야 등 50곳의 중소기업 부스들이 차려져 '한국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이들은 'K-컬처'를 기반으로 현지 관객들과 소통하며 해외 시장 진출의 기반을 닦고 있었다.
     
    현장에서 직접 한복을 입어보고 사진을 찍는 KCON 팬들. 최철 기자현장에서 직접 한복을 입어보고 사진을 찍는 KCON 팬들. 최철 기자한복을 직접 입어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부스와 화장품 코너 등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기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화장품 브랜드였지만,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난 듯 샘플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삽시간에 몰려들었고 이내 사은품들이 동이 났다.
     

    '우물안 개구리' 될 수 없어…K-POP 외연 확장 노력도 계속

     
    KCON 현장에선 'K-POP'으로 시작된 신한류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아이하트미디어의 'KPOP 빌리지'의 모습. CJ ENM 제공아이하트미디어의 'KPOP 빌리지'의 모습. CJ ENM 제공이번 KCON에서는 현지 대형 미디어사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가 준비한 'K-POP 빌리지'라는 특별 야외 무대를 설치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아이하트미디어가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은 초대형 팝스타들도 이곳에서 앨범 홍보를 할만큼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곳이다.
     
    CJ ENM 관계자는 "올해 'KCON LA 2023'은 팬데믹을 거쳐 엔데믹을 맞아 개최되는 만큼 미국 대형 라디오 방송사 아이하트미디어와 미디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등 세계 K-POP 팬들의 참여를 독려해 K콘텐츠 저변 확대와 성장에 기여하고자 주력했다"고 말했다.
     
    나영석 PD가 해외팬들과 만나 K-예능 프로그램 제작 비하인드를 털어놓고 있다. 최철 기자나영석 PD가 해외팬들과 만나 K-예능 프로그램 제작 비하인드를 털어놓고 있다. 최철 기자K-POP, K-드라마에 이어 'K-예능'에 대한 해외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기도 했다.
     
    예능 최초로 아마존 프라임에 입성한 나영석 PD가 18일 팬들과 직접 만나 프로그램 제작 비하인드를 털어놓았다.
     
    나PD가 연출한 tvN '서진이네'는 총 16개국에서 아마존 프라임 TV시리즈 랭크 상위권에 진입했다. '뿅뿅 지구오락실'은 연신 화제를 몰고다니며 시즌2까지 마친 상태다.
     
    나영석 PD와 아이브 안유진. 나영석 PD가 연출한 '뿅뿅 지구오락실'에 안유진이 출연한다. CJ ENM 제공나영석 PD와 아이브 안유진. 나영석 PD가 연출한 '뿅뿅 지구오락실'에 안유진이 출연한다. CJ ENM 제공이 자리에서 나PD는 K-예능의 장점에 대해 "K-예능에는 소위 '셀럽(유명인)'이 출연하는데, 이건 팬 서비스 차원이기도 하지만 셀럽 스스로도 예능 출연을 즐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팬들은 셀럽들이 무대위가 아닌 일상속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해하는데 K-예능은 스타들의 진짜 성격을 보여준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며 "셀럽들의 꾸며진 모습이 아닌 진짜 성격이 보고싶다면 다른데 가지말고 K-예능에서 확인하면 된다"고 너스레를 떨어 좌중을 웃겼다.
     
    실제 나PD의 예능에는 BTS의 뷔와 아이브의 안유진 등 K-POP 스타들이 출연한다.
     
    나영석PD와의 미팅 자리에는 해외 언론, 'VOD(주문형 비디오)' 업계 관계자 뿐만 아니라 사전에 온라인으로 신청한 수백명의 팬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KCON LA 2023'에 참여한 해외팬들. CJ ENM 제공'KCON LA 2023'에 참여한 해외팬들. CJ ENM 제공또한 다양한 연령대의 글로벌 팬들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경주하고 있다.
     
    CJ ENM 심준범 음악콘텐츠본부장은 "K-POP이 세계음악시장에서 다양한 연령을 아우르는 새로운 장르로서 보다 확고하게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KCON은 폭넓은 아티스트 라인업과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풍성한 K-POP과 K-컬처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크립토닷컴아레나 공연장을 가득 채운 팬들. 아이브 장원영이 스페셜 MC로 나섰다. 최철 기자 크립토닷컴아레나 공연장을 가득 채운 팬들. 아이브 장원영이 스페셜 MC로 나섰다. 최철 기자  

    '떼창'은 기본…아이돌 실제 보고 감격의 눈물도


    한편 18일 저녁 8시에 시작한 첫날 공연에는 아이브, 엔믹스, 그래비티, 태민, 셔누X형원(몬스타엑스), 태용 등이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LA레이커스의 구장이자, 그래미상 시상식이 열리기도 했던 크립토닷컴아레나에서는 1층 스탠딩석부터 3층 '하늘석'까지 좌석을 가득 채운 해외팬들이 K-POP을 따라부르는 '떼창'은 기본이었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름이 적힌 머리띠를 하고 연신 야광봉을 흔들며 축제를 즐겼다. 어린 아이를 허리춤에 들쳐업고 나온 엄마팬도 있었고, 아이돌의 실물을 보고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부지기수였다.
     
    'KCON LA 2023'에서 축제를 즐기는 모습. 최철 기자'KCON LA 2023'에서 축제를 즐기는 모습. 최철 기자공연이 끝나도 K-POP팬들은 쉬 자리를 뜨지 못하고 삼삼오오 모여 이날 공연에 대한 평가와 좋아하는 스타들의 얘기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LA에서 고등학교를 다닌다는 새미(16·여)씨는 "팬데믹 때 K-POP을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실제로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게 너무 행복했다"며 "K-POP을 알게 된 뒤로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콘서트에도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고, 내 인생은 확실히 예전보다 더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샤(15·여)씨는 "K-POP 아이돌들은 공연할 때 정말 열심히하는 것 같고, 그런 열정을 보면 내 삶에도 자극이 된다"며 "계속해서 우리 모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창의적인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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