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사고로 12살 남아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책임 소재를 가릴 핵심 근거로 쓰일 사고기록장치(EDR)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감정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22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취합하면 운전자 A(60대)씨와 가족들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낸 7억 6천만 원의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심리를 맡은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민사2부에서 진행한 EDR 감정 결과가 최근 나왔다.
감정인은 "단편적인 자료만으로 볼 때 시속 110㎞ 주행 중 가속 페달을 최대로 해 5초 동안 작동시켰다면 차량의 당시 기어비(단수)와 발진가속 성능에 따른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5초 후에 적어도 시속 116㎞보다 높은 상태가 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인은 EDR에 기록된 충돌 5초전 속도가 최종위치(배수로)에서의 기록이라고 전제하고 EDR 감정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0초를 지하통로 구조물 충돌로 전제한 감정인은 급발진 현상이 나타난 거리를 구간별로 나누어 평균 가속도를 계산해보면 충돌 0~5초 때의 평균 가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 이해되지 않지만, 5초 후 속도가 시속 125㎞는 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변속장치에 손상이 없었다면 시속 140㎞는 넘었을 거라고 추정할 수도 있지만, 사고 차량의 동력학적 구조적 특성과 사고 직전의 차량 주행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어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운전을 하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A(60대)씨가 지난 3월 20일 사고 후 첫 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했다. 전영래 기자
그러면서 "공기 유입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전자제어장치(ECU) 오류가 발생한 경우도 고려할 수 있다"며 "차량 상태와 ECU, EDR 자료를 정밀하게 확인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아직 추가 확인 등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원고 측은 위에서 언급한 EDR 감정결과를 근거로 추후 진행될 재판에서 'EDR 기록의 신뢰성 상실'에 대한 그동안의 주장에 대해 더욱 강력한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재판은 EDR 감정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음향분석 감정이 끝나면 열릴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손자(12)가 숨지고, A씨가 다쳤다. 이 사고로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돼 지난 3월 경찰조사를 받았다.
한편 유가족들은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시 결함 원인 입증책임 전환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게시했다. 해당 청원은 국민들의 공감을 사면서 5일 만에 국회 소관위원회 및 관련 위원회 회부에 필요한 5만 명을 넘어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A씨의 아들은 "대한민국에서 급발진 사고는 가정파괴범이자 연쇄살인범이다. 부디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주시고 대한민국은 옳은 것이 강한 것을 이기는 사회라는 것을 국민 모두에게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이번 소송이 급발진 사고에서 승소한 첫 사례가 돼 다시는 제조사가 방관하고 묵과하지 않도록 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