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긴급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정부 입장을 적극 방어하는 데 힘을 실으면서도 총선을 앞두고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학적 기준'을 들어 안전을 강조하는 원칙적인 대응이지만, 자칫 일본을 두둔하는 모양새로 보이는 것을 경계하며 '톤 조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오염수 방류 앞두고…"어민 2천억원 추가 지원"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검증TF는 23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어민 지원을 위한 예산 증액과 방사능 오염 감시체계 강화 등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 윤재옥 원내대표는 촛불집회를 예고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또다시 반일과 공포마케팅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며 "과거 광우병 사태의 거짓 선동과 달라진 바가 없는 후진적 행태이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오염수 농도 확인용 표본 채취하는 도쿄전력 작업자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대응은 민주당의 공세를 '괴담 프레임'으로 묶어두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IAEA에서 과학적 검증을 마친 결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철저한 모니터링과 이상상황 발생 시 즉각 방류 중단을 통보한다는 정부의 안전대책을 강조한 뒤 민주당의 선동을 '괴담'으로 비판하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의 '괴담 프레임'은 지난달 IAEA 결과보고서 발표 당시만 해도 유효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단식농성과 일본방문 등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했지만, 여권 지지율의 뚜렷한 하락이나 야권의 반사이익은 없었다.
하지만 실제 방류가 이뤄진다면 여론 민감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당 안팎의 진단이다. 당 관계자는 "실제 방류가 이뤄지면 방류 전까진 판단을 유보했던 지지층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일본 해역과 근접한 PK지역이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뒷받침하면서도 '방류 찬성 아냐' 메시지 조절 '고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의 고심은 메시지의 톤 조절에 있다.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하는 만큼 방류에 차분히 대응할 것'을 강조하면서도 '일본의 방류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자칫 모순되게 들릴 수 있는 메시지를 조율하는 일이다.
야당의 공세도 '정부‧여당의 반대 여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재명 대표는 "정부는 국민을 걱정하는 마음이 눈곱만큼이라도 남아있다면 당당하게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고, 상임위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명확한 찬반 여부를 캐묻는 데 집중했다.
이날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야당의 찬반여부 공세에 여권은 "정부가 찬성하거나 지지한 적 없다. 과학‧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박진 외교부 장관)"거나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은 입장(정진석 의원)"이라며 답을 대신했다.
당 투톱도 메시지 전달에 신중한 모습이다.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공식 발표한 22일에도 김기현 대표는 "대변인 입장으로 갈음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투표하듯 찬반 입장을 표명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발언을 극도로 아꼈다. 이날까지 당 차원의 공식 논평도 오염수 방류 자체에 대한 의견표명보다는 민주당의 괴담선동에 대한 비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내에서는 오염수 대응이 자칫 일본 정부를 두둔하거나 방류에 찬성하는 것처럼 비추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일부 의원들의 '수조 물 먹방'이 희화화되면서 "국민정서를 고려하라"는 내부지침이 나오기도 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일본 대변인이냐는 여론이 최악의 수다. (오염수 방류가) 총선까지 이어질 이슈인 만큼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