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의 한 대형수산물 센터. 김대한 기자"10년 단골도 이젠 안 와요"
수산물 시장이 가장 분주해야 할 오전 9시. 전주시 최대 수산물 센터를 찾았지만, 적막한 기운만 감돌았다.
꽃게를 손질하는 칼 소리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을 수 없었고, 상인들은 빨간 플라스틱 원형 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렸다.
기자는 24일 이곳을 찾아 처음 마주친 상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초상집에서 뭣(인터뷰)을 하려고"라는 대답뿐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도쿄전력은 하루에 약 460톤(t)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해 일차적으로 오염수 7800톤(t)을 바다로 내보낼 계획이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광화문·용산에서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곳에서 20년째 장사를 이어온 A(47)씨는 "정부는 말장난하고 있고, 야당은 장외투쟁하겠다고 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한 대책들을 마련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장외투쟁으로 끝날 것 같으면 내가 당장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일반 사업자가 아니고 시에서 허가받는 중개인데, 지자체라도 나서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검수에 불합격한다면, 어떤 조치를 할 것이고 피해를 본 사람에게 보상을 무슨 방식으로 할 건지 아무도 매뉴얼을 말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북 전주시의 한 대형 수산물 센터. 김대한 기자실제 오염수 방류를 두고 대응 메뉴얼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메뉴얼은 따로 없지만, 방사능 검사를 200회가량 늘려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해 직거래 장터를 운영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수산물센터를 자주 이용하던 손님들 역시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국내산과 일본산을 구분하더라도 바다의 특성상 '오염 생선'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째 이곳을 방문한 단골 손님 B(62)씨는 "애들 키우는 집들은 이제 전혀 생선을 못 먹인다"며 "아무리 검사를 해도 조금씩은 방사능이 들어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째 이 곳에 오고 있지만 가게 사장들이 어디서 생선을 가져오는지 모르겠고, 일단 바다 자체가 다 오염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약 4시간 전, TV를 보던 상인 C씨는 "지금도 단골 10명 중 3명만 오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올랑가(오려는지) 모르겠다"며 리모콘을 만지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