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에 시달리던 4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20대 친모가 항소심 법정에 나와 눈물을 보이며 감형을 요청했다.
30일 오전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친모 A(20대·여)씨 측은 1심에서 선고한 징역 35년, 벌금 500만원은 과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A씨는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금정구 주거지에서 자신의 친딸 B(4)양을 때려 숨지게 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딸을 상습적으로 때려 다치게 하거나, 반년 동안 하루 한 끼 분유 탄 물에 밥을 말아주는 수준으로 식사를 챙겨줘 B양은 심각한 영양결핍에 시달려야 했다. B양은 사망 당일 밥을 달라며 떼를 쓴다는 이유로 A씨로부터 머리와 얼굴 등을 맞다가 침대 프레임에 부딪혀 쓰러졌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숨졌다.
사망 당시 B양의 몸무게는 7kg, 키는 87cm로 생후 4~7개월 수준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 나온 A씨에게 "첫째 딸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데리고 있던 둘째 딸이 상황이 안 좋아졌는데 친부에게 보낼 생각은 전혀 안 했나"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A씨는 잠시 머뭇거리다 "제가 키우고 싶었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재차 "기록을 보면 누가 봐도 정상적으로 양육이 안 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다른 해결책을 전혀 모색하지 않았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A씨는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A씨는 당시 동거인 C(20대·여)씨의 심리적 지배, 일명 '가스라이팅'을 당한 상태에서 이 같은 행동을 했다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A씨에게 "자녀 양육이나 교육을 하는 데 있어 C씨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나"라고 물었고, A씨는 "아기 교육상에 말을 잘 듣게 하는 거나 식생활, 식습관에 대해 간섭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가 "그게 딸을 양육하고 의사 결정을 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줬나"고 묻자, 짧게 "네"라고 답했다.
검찰은 A씨에게 무기징역과 전자장치 부착 명령, 보호관찰 명령을 구형했다.
검찰은 "A씨가 자신의 딸을 상습 학대하고 살인까지 저질렀음에도 모든 행동이 동거인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행위였다고 말하고 있다"며 "자신의 행동을 진심으로 뉘우치기보다는 책임을 동거인 등에게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딸을 일차적으로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사람은 바로 A씨"라고 강조했다.
이어 "1심에서 선고한 징역 35년은 3분의 1 기간이 지나면 가석방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형이 중하다는 취지로 항소한 A씨가 과연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해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고, 출소를 대비해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을 통해 재범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 변호인은 "A씨 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겠지만, 당시 A씨가 처해 있었던 상황이나 겪어온 일을 보면 당시 정신 상태가 온전한 상태였던 걸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믿고 의지할 만한 가족이나 지인이 전혀 없이 고립된 상태에서 좋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을 스스로 멈출 만한 판단 능력을 가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스스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 피해 아동의 사망까지는 예측할 수 없었던 점, 살해에 대한 확정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해달라"고 요청했다.
변론을 종결하기 전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A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울먹이는 말투로 "평생 속죄하며 살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