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A씨가 근무한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공간. 양형욱 기자최근 숨진 30대 초등학교 교사가 몸담았던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고인의 발인식이 엄수된 3일에도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여전히 끊이지 않았다.
14년 차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졌다. 현재까지 경찰은 A씨의 사망과 관련해 아직 범죄 혐의점은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족과 동료교사들은 A씨가 학교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오전 학교 담벼락 주변을 화환 300여 개가 가득 메웠다. 화환 배달원은 오전까지도 전국 곳곳에서 배송된 화환들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3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주변에 지난달 31일 숨진 초등학교 교사 A씨를 추모하는 화환들이 늘어져 있었다. 양형욱 기자추모공간 앞에 설치된 흰색 테이블 위에는 흰 국화꽃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헌화를 마친 이들은 추모 글귀를 적거나 이미 작성된 추모 글귀들을 훑어보며 눈물을 훔쳤다.
가슴 한편에 검은 리본을 단 16년 차 초등교사 B씨는 "선생님이 교실에서 느꼈을 외로움과 불안함이 공감이 돼서 눈물이 났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것은 안타깝지만 그곳에서는 평안하시기를 바란다"고 울먹였다.
올해로 2년 차 초등교사인 C(26)씨는 연이은 교사들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임용고시를 붙고 나서 축하를 받기보다 위로를 많이 받았다. (선배 교사들이) 말조심해야 되고 운이 안 좋으면 언제든지 힘든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씀을 해주셨다"며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도 현장이 힘든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런 상태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생전 A씨 모습을 기억하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학교 담벼락에는 '선생님 수업을 들었던 6학년 학생이다. 선생님은 항상 수업을 진심으로 열심히 준비해주셨다'며 '선생님이 힘드셨던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사람으로서 그곳에서는 행복하시길 바란다'는 한 제자의 추모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 옆에도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평안하시고 아프지 마세요', '편히 잘 지내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겠다' 등 자신을 학부모라고 밝힌 이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들도 눈에 띄었다.
추모객이 남긴 글귀가 적힌 메모지들. 양형욱 기자교사와 학생·학부모 뿐 아니라 동네 주민과 졸업생들도 학교를 찾아 추모열기를 더했다.
이 학교를 졸업한 김설아(13)양은 "제가 어려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지만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며 "요즘 학교 폭력도 많아지고 교사들의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편이라서 (선생님들이) 많이 힘드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정연(70)씨는 "선생님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고 (A씨의) 자식들이 엄마를 위해서라도 좋은 환경에서 잘 자랐으면 좋겠다"며 "동네에서 괜찮은 학교라고 평가 받는 곳인데…"라며 씁쓸해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 유족과 친지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인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발인식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혹여라도 선생님이 고통받은 부분이 있으면 철저히 조사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며 "인터넷에서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나쁜 사람들도 있는데 철저히 조사해서 고인의 가시는 길이 아름답게 하겠다"라고 유족에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