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랜드파크 시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미국 시카고 인근 교외 도시가 '빈곤에 대한 이해를 높이겠다'며 골프장에서 가난을 가상 체험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6일(현지시간) NBC 시카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북부의 교외 도시 하이랜드파크는 오는 9일 관내 골프장 '하이랜드파크 컨트리클럽'에서 '빈곤 가상 체험 이벤트'(Poverty Simulation Event)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시 당국은 하이랜드파크 커뮤니티 재단 등 여러 단체와 협업해 행사를 준비했다며 "(하이랜드파크가 속한 광역자치구) 레이크 카운티에서 가난하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와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참가자들은 '빈곤 속 한 달 생활'에 대한 몰입 체험을 하게 된다"면서 "자원이 결핍된 상황에서 어려운 선택들을 해보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우리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깨닫고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도 제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비판적인 여론이 일었다.
한 누리꾼은 SNS에 "참 대단한 특권의식"이라며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이들에게 불쾌감을 넘어 모욕감을 안길 수 있는 이벤트"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골프장에서 빈곤 가상 체험을… 이런 지각없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반응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이 행사는 부자들이 스스로에 대해 더 큰 만족감을 느끼고 빈곤에 낙인을 찍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하이랜드파크는 시카고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힌다. NBC는 금융전문매체 '24/7 월스트리트'의 2021년 보고서를 인용해 "하이랜드파크는 미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동네 중 한 곳이며 중위소득이 전국 평균치의 2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시 당국은 이번 행사가 복지 전문가에 의해 개발 시행됐다고 밝히고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