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금융지주 수장이 대거 교체된 가운데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를 이끌 차기 회장이 8일 확정된다.
회장 자리를 놓고 마지막 '숏리스트'에 오른 1961년생 동갑내기 금융인 3명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금융당국 '관망세'
지난해 금융그룹 수장 교체 때와 대조적으로 이번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금융당국의 개입 모양새가 전혀 관측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손태승 당시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금융당국은 경고 시그널을 잇따라 보냈다.
우리은행장 시절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부당권유 등)와 관련해 문책경고를 받은 손 회장이 연임 의사를 굽히지 않자,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례적으로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조용병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 역시 차기 회장 후보 대상 최종 면접일인 12월 8일에 임박해 '용퇴'를 결정했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금융지주사들이 현 회장에게 유리하게 구성된 이사회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가동해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회장 연임, 3연임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강력한 문제제기를 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글로벌 금융 산업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력이 담보되지 않고 인맥과 현직 회장 프리미엄 등으로만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면 결국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이복현 원장이 지난해 11월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하게 노력해 달라"고 이례적으로 주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철저한 내부검증 거친 양종희·허인·김병호 '각축'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연합뉴스이번 KB금융지주 회장 추천과 최종 선임 과정에서는 금융당국 차원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최고 경영자 선임이 이뤄지고 있다고 금융당국이 나름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후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양종희·허인 KB금융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등 3명은 오랜 시간에 걸쳐 내부에서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쳤다는 평가다.
금융사 지배구조 확립을 강조한 윤종규 현 회장이 재임 기간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대표적인 게 부회장직 신설이다.
이복현 원장이 지난 6월 말 "KB금융의 경우 상대적으로 승계 프로그램도 잘 짜여져 있고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안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KB금융지주 회추위는 8일 양종희·허인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을 상대로 최종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회추위는 인터뷰 직후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출하고 12일 이사회가 추천 절차에 나서는 데, 사실상 회추위의 8일 선출이 최종 결정 과정이다.
KB금융 내부 출신인 양 부회장은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하며 KB금융의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는 등 내부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KB손해보험의 초대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업계 상위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회사를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시 내부 출신인 허 부회장은 KB국민은행 설립 최초로 은행장을 3연임 했다. 은행장 재직 시절 디지털 부문에 과감하게 투자해 '리딩 뱅크' 자리를 재석권했다는 평가도 받는 등 내부 '영업통'으로 꼽힌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부회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특히 국민은행이 KB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것을 감안하면, 허 부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경우 내부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외부 출신으로 후보군에 오른 김 회장은 베트남 현지 은행을 운영한 특별한 경험을 갖췄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실제로 김 회장은 '롱리스트' 1차 인터뷰 과정에서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 전략과 관련한 세밀한 청사진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2020년 KB금융 회장 선임 당시에도 외부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