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오른쪽은 미국의 에이태큼스 미사일. 연합뉴스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로 북·러 간 무기 거래 협상이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도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등은 그동안 우크라이나로부터 에이태큼스 등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구받았지만, 확전 가능성 등으로 인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서 다량의 무기를 제공받게 되면, 서방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게 된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받을 경우,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 내 더 깊숙한 곳에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실지 회복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러시아 병참기지나 사령부 등 본토도 타격 사정 거리 안에 들어오게 된다.
최근 로이터 통신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지원 승인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306㎞에 달하는 에이태큼스(ATACMS) 또는 사거리 72㎞의 유도 다연장 로켓시스템(GMLRS) 중 하나를 보내거나 둘 다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발사되는 에이태큼스 미사일. 연합뉴스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협의 테이블에서 아무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이 신문에 "지난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만나 에이태큼스와 관련한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에이태큼스는 장거리 전술 탄도미사일인데다 집속탄을 300여발 장착할 수 있으며, GMLRS의 경우 집속탄을 최대 404개 탑재할 수 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안에 최대 수백개의 '새끼 폭탄'이 들어있는 무기로, 넓은 지역의 목표물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집속탄은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미국, 우크라이나, 러시아는 집속탄 금지 협약(CCM)에 서명하지 않았다.
독일도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타우루스 미사일.사거리가 500㎞인 독일의 타우루스는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와 스칼프의 2배에 달한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시작한 대반격을 앞두고 독일에 타우루스 지원을 요청했지만, 독일 역시 전쟁이 예상밖의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염려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기면서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지원 움직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달 초 북·러 정상회담 계획 정보를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하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메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러 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주시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